민생경제

근로시간 단축 정책

2018.10.10

조회수 4,613

□ 개념


   ㅇ 근로시간 단축은 과도한 노동시간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근로자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고, 기업에게는
창의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 고용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ㅇ ‘18.2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당 법정 근로시간 한도가 종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특례업종도 기존 26개에서 5개로 축소되었다.

 

   ㅇ 적용시기는 사업장 규모별로 다르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은 ’18. 7월 이후, 종업원 50인 이상 사업장은 ‘20.1월 이후, 종업원 50인 미만 사업장은 ’21.7월 이후이다.

 

□ 관련 주요 정책

 

  1)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18.5.17)  

       ㅇ 신규채용 인건비 및 재직자 임금보전 비용 지원 강화, 노동시간 조기단축 기업 지원, 일터혁신 컨설팅 등 생산성 향상 지원, 직업훈련 확대 및 일자리 매칭 강화 등 구인난 완화를 위한 인력지원

 

  2) 근로자 퇴직 급여감소 방지 (18.6.19)  

      ㅇ 직금 중간정산 사유에 근로시간 단축 포함, 퇴직급여액 감소시 근로자에게 고지, 필요사항을 근로자대표와 협의하도록 의무부과 등 노동시간 단축으로 퇴직급여가 감소하지 않도록 법 개정    

  • [시론] 중소기업에도 좋은 노동시간 단축


    김진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이사      * 출처 : 한겨레 신문 (2018. 7. 30)

    저녁이 있는 삶을 얘기하는 근로시간 단축 시책에 대하여 우리나라 경제가 결딴날 것처럼 상당수 언론이 호들갑이다.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수입이 줄어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돈이 없는 삶을 산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겹쳐 회사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식의 기사가 넘쳐난다. 

     

    골판지 포장산업은 대부분 중소제조업이 그렇듯 과당경쟁으로 인한 적자 산업화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산업 분야다. 24시간 맞교대 근무형태를 해온 골판지 포장기업들의 경우 초과 생산된 제품의 처분을 위해 저가경쟁을 이어가야 하고, 고가 생산설비를 도입하면서도 저임 근로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함정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기업마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복리후생이 취약하고, 저임 구조로 유능한 인력 확보와 인력향상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중소제조업계가 겪고 있는 구조적 한계라 골판지 포장산업계만 잘못이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와중에 근로시간 단축문제가 사회·경제적으로 등장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7월1일부로 시행되었다. 


    그동안 68시간 생산체제를 유지해 1만개의 물품을 제조하던 기업들이 주당 52시간 체제에 들어서도 1만개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꾀하거나, 생산설비를 늘리고 근로자 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52시간 근무제가 자연스럽게 기업의 투자를 유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계기가 되며, 과당경쟁 체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열렬히 환영하였다.  


    중소제조업계의 숙명과도 같은 과당경쟁을 완화시킨다는 것은 저가경쟁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적정이윤 창출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복리후생 개선으로 첨단 생산설비에 적합한 인력채용이 이뤄지고, 이것이야말로 정부가 추구하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매우 유효한 방식이 아니겠는가.  


    현재 골판지 포장업계는 7개 업체가 7월1일부로 주당 52시간 체제를 이행하고 있다. 해당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생산시간 단축,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 축소 등으로 불만이 하늘을 찌를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7개 기업 중 2개 기업이 2교대제에서 3교대제를 적용할 계획이라 들었다. 12시간 맞교대에서 8시간 3교대로 생산시스템을 변화시키면 인력을 30%가량 증원시킨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회사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수입 감소분을 생산성 향상만큼 보전해주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수입 감소로 인한 근로자의 아픔이 방치되는 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항상 음과 양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초기 과정에서는 다소 어려움과 부작용이 있겠지만, 일부 언론에서 쏟아내는 경제와 기업이 결딴날 것 같다는 식의 일방적 논조는 우리 골판지 포장산업계에 던져진 과제와 대응 행동을 고려할 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부가 보다 섬세한 세부 대응책을 수립해 시행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맞는 일이지만, 일부 언론이 떠는 호들갑에 주저하지 말고 일관성 있게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정착에 힘써주기를 응원한다.

  • [칼럼] 52시


    송호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서울대 석좌교수)      * 출처 : 중앙일보 (2018. 5. 15) 


    대한민국의 노동시계가 52시에 멈췄다. ‘소득주도성장’ 사령부의 준엄한 명령이다.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도달한 나라의 국격을 지켜야 한다는 비장한 결단이 장시간 노동에 조종을 울렸다. 기대하던 바다. 육신을 지치게 만들었던 ‘장시간 저임금’의 세계적 불명예는 이걸로 말끔히 씻길 것이다. 대한민국은 저녁 있는 삶, ‘단시간 고임금’이란 신세계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장대하고 야무진 결행에 박수를 보낸다. 아름답다. 그러나 결코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게 불안하다.
     
    방송국 기사 K모씨는 요즘 머리가 아프다. 아침저녁 특근을 못 하면 월 50만원 정도 소득이 줄어든다. 월급의 15%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자극할 거란 소문에 재작년 겨우 마련한 성남시 아파트를 처분할지 장고에 들어갔다. 단골 술집에는 투잡을 찾는 이가 늘었다.

    ‘이게 서민을 위한 정책인가요?’ 문재인 정권 열혈 지지자인 K씨는 종잡을 수 없다. 편의점 알바 L씨는 3시간짜리 단타 고용을 서너 개 해야 한다. 이동시간과 교통비 손실이 크다. 주휴수당 때문에 주 15시간 고용을 피하고 보자는 사장의 궁여지책에 유탄을 맞았다. 52시에 멈춘 노동시계로 결정타를 맞은 집단이 건설노동자, 계절노동자다. ‘저녁 있는 삶’을 보내고 ‘잠 설치는 밤’을 버텨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을 향한 야심찬 정책들은 ‘이론적’ 수혜대상자를 ‘실질적’ 궁지에 몰아넣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충북 소재 면 생산 중견기업은 최근 기업분할을 결정했다. 340명을 170명씩 쪼개 노동시간 단축 적용을 2020년까지 모면하려는 궁색한 대응이다. 어떤 대기업 납품업체는 R&D파트와 생산파트를 분할했다. 정부의 규제망을 일단 벗어나고 신규채용에 고용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언제는 ‘히든챔피언’이 되라 하더니 이제는 잘게 잘라야 생명을 연장한다.  
          
    자동차 공장, 힘센 노조원은 연 2000만원에 달하는 잔업수당에 중독됐다. 연 1억원 소득을 유지하려면 주말 특근을 해야 한다. 그러나 52시 노동시계는 이들의 중독증에 쐐기를 박았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단축’을 투쟁 목표로 내건 금속노조를 정부 대신 기업주가 상대해야 한다. 인건비 폭등에 울고 싶은 농민의 심정을 헤아리는 사람은 없다.
     
    현 정권이 중시하는 하층 노동자, 영세업 종사자들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최대 피해자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투잡 뛰는 사람을 양산하고, 중소 상공인에게는 인건비 폭탄을 안겼다. 작년 대비 인건비 부담이 15% 늘었다. ‘알바천국’은 파트타임 일자리가 작년 대비 12% 줄었다고 집계했다.

    이런 추세가 반전될까, 이대로 주저앉을까? 청와대 정책팀은 초조하다. 반전일까, 바닥일까를 정확히 예측할 이론과 근거가 없다. 최저임금의 경우에도 미국의 연구 결과는 엇갈린다. 뉴저지주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감축 효과는 미미했지만, 시애틀에서는 특히 저숙련 노동자에게 부정적 충격이 집중됐다. 청와대 정책팀은 그저 최저임금 인상분과 신규 채용 지원금을 살포해 상황 반전을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잠복근무하는 형사, 장거리 버스 기사, 간병사, 복지사, 서비스 근로자 등 52시를 밥 먹듯 넘는 직업군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가뭄 끝 단비가 되려면 생계비를 우선 낮춰줘야 한다. 주거, 교육, 양육에 드는 돈 말이다. 이건 경제정책 몫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국토부, 교육부 수장들은 수수방관, 남의 일이다. 남북관계팀이 발휘한 팀워크 2할만 보여줘도 미책(美策)이 졸책(拙策)으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졸책 전락, 급기야 대참사로 끝나 남북회담의 놀라운 성과를 다 까먹을 위험을 막을 시간과 방법은 아직 있다. 청와대가 고집 피우기를 일단 중단하고, 부문별 특성에 따라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를 허용하는 일이다. 밤낮 없는 연구전문직, 복지서비스 등 특례업종을 조금 더 늘려주고, 최하위 소득계층 10%에 한해 8시간 연장근로를 더 허용하면 된다.

    1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은 사정에 따라 노사합의로 근로시간을 결정하되 탄력적 근무 적용 시한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기를 바란다. 미국, 일본, 독일이 그런 유연성을 발휘하는 나라다. 정책의 퇴색도 아니고 정책 의의를 손상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막무가내 고!’가 ‘52시 정신’을 더 빨리 훼손한다.

     
    한국의 노동열차가 ‘52시 역(驛)’에 멈춰 섰다. 하층 임금 노동자와 중소 상공인을 싣고 유럽으로 향할지, 아니면 허드렛일로 가득 찬 만주대륙으로 갈지 예측 불허다. 유럽행을 원한다면 길은 있다. 청와대가 현장의 절규를 들어보면 된다. 다 쓰러진 다음에는 약(藥)도 없다

  • [사설] 무차별적인 근로시간 단축,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 출처 : 중앙일보 (2018. 5. 4)

    “사출·압출 업종은 급작스럽게 주 52시간 근로가 적용되면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경쟁력을 잃는다.” 인천에서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연우의 기중현 대표는 지난달 이런 요지의 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렸다. 연간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인이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기 대표에 따르면 사출·압출 업종은 주 6일간 하루 평균 20시간씩 주간 120시간 가동되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2조 2교대로 1인당 주간 60시간 근무가 보편적이라고 한다. 1550명을 고용한 이 회사에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면 직원들의 실제 급여가 당장 크게 줄어들어 이직이 우려된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걱정하는 건 기 대표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직원 사이에선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줄어든 급여를 메우기 위해 ‘투잡이 있는 삶’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업종별 근로 특성을 감안해 주지 않은 노선버스 업계부터 비상이 걸렸고, 24시간 근무가 필요한 석유화학 공단이나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돌관작업이 필요한 해외 건설 현장에도 예외조치가 필요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몰입 근무가 필요한 정보기술(IT) 업계와 벤처들도 골치를 앓고 있다. 한 대형 반도체 업체는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개발 특성상 아예 연구개발 부문을 통째로 해외로 옮기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탄력근로시간제 기간을 3개월에서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에 나오는 2022년 말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아울러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예외 직군을 두거나 특례업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대로 시행되면 산업계는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몰릴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사설] 노동시간 단축 전기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


    * 출처 : 한겨레신문 (2018. 2. 27)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7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경영계와 달리 노동계엔 사전 설명도 없었고, 휴일노동에 대한 ‘중복할증’ 원칙이 무시되는 등 형식도 내용도 아쉬운 부분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딱지를 뗄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되면, 올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2004년 이후 주 40시간인데도, 정부의 행정지침 탓에 연장근로(12시간) 및 휴일근로(8+8시간)를 더해 최장 68시간 노동이 가능하던 관행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1년6개월간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는데 영세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노동시간 양극화’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대 쟁점이 되어왔던 휴일근로수당을 ‘중복할증’이 아니라 현행 150%로 유지하기로 한 점은 유감이다. 법원 1·2심의 다수가 ‘중복할증’ 편을 들었고 이제 대법원 판결을 앞둔 터라, 노동계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노사정 대화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여야가 ‘주고받는 협상’ 없이 합의안 도출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복할증 문제를 이유로 개정안 전체를 좌초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민간기업에서도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화하기로 한 조항은 의미가 크다. 적용되는 노동자 범위도 휴일수당 중복할증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무한노동’을 가능케 했던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올 7월부터 26개에서 5개로 줄이고, 5개 업종도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 것 또한 진전이다. 궁극적으론 ‘폐지’로 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오이시디(OECD) 평균(1764시간)에 비하면 ‘혹사’에 가깝다. 노동자들이 명실상부하게 ‘저녁이 있는 삶’을 찾고, 일자리 나누기 효과까지 나타나려면 과제가 적잖다. ‘편법’이나 ‘꼼수’가 나오지 않도록 엄격한 시행과 함께, 노사정 모두 지혜를 모아 보완대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겨우 노동시간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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