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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이든 정부에 거는 기대
- 송의영 위원 -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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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바이든 정부에 거는 기대    원문보기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출처 : 경향신문(2021. 1. 27)


저명한 경제학자 로드릭은 국제경제 체제가 세 가지 가치를 추구한다고 보았다. 하나는 국민주권, 둘은 대중민주주의(노동 보호), 셋은 경제통합. 그런데 이 셋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9세기 말 서유럽은 대중민주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주권과 경제통합을 이룩한 체제로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한 브레턴우즈 체제는 국민주권과 대중민주주의를 지켰지만 경제통합은 19세기 말보다 못한 상태로 내버려두었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성립했던 신자유주의 체제는 경제통합을 강화했지만 대중민주주의를 희생시켰다. 자유무역을 위해 경쟁력을 잃은 산업의 노동에 일방적 고통을 부과하고, 열린 자본시장을 위해 경제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실업을 심화시키는 것이 국제 표준이 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21세기에 들어와 보호무역주의와 민족주의가 강화된 것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하고 있다.


필자는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지 의문을 품고 있다. 두꺼운 사회안전망으로 기술혁명과 글로벌 가치 사슬에 방치된 노동을 보호하면서 국민주권과 경제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세계경제가 가야 할 길이며 또 가능한 길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들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본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면서 사회안전망 확충에 필요한 재정을 고갈시키는 일을 범하지 않도록 하는 국제협약도 필요하다. 이것도 난제이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됐고 불가능한 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 노동과 환경을 보호하면서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자유주의의 가치와 미국의 리더십을 재건하겠다는 깃발을 내걸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물러났어도 트럼프 시대를 움직였던 미국의 사회세력은 그대로 남아있다. 패권주의가 깔려있는 미국식 국민주의는 의회와 안보 관련 기관에서 대중국 매파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고, 중국과의 무역으로 입은 상처를 백인 민족주의로 달랬던 노동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리고 장차 미국 시장을 크게 초과할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다국적기업과 월스트리트는 경제통합을 외치는 목소리는 죽였지만 미·중 갈등의 혼란 속에서도 조용히 대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원칙도 전략도 없었던 트럼프도 재선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 세 세력 사이에서 좌충우돌했다. 중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대표적 중국 기술 기업에 차례로 경제적 타격을 가하면서 대중국 매파를 달랬다. 또한 동맹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이 미국 안보의 중대한 위협이 된다는 황당한 이유로 철강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러스트벨트의 노동을 달랬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인종 차별을 부추기면서 노동의 분노가 백인 민족주의로 향하게 유도했다. 동시에 대기업과 금융에 감세와 규제완화라는 큰 선물을 주었고, 이들을 위해 중국의 시장 개방, 보조금 감축, 지적재산권 보호를 유도하려고 노력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제경제학을 공부하는 필자는 무엇보다도 새 행정부가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긴장을 완화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하여 중국을 합리적으로 견제하면서 세계무역 질서를 복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체제로부터의 이탈은 노동에 분노가 아니라 실질적 혜택을 부여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러스트벨트의 지지 덕에 정권을 획득한 바이든이 친노동정책의 진전 없이 동맹국에 부과한 철강 관세를 제거하고,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감축해 나갈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슬아슬하게 다수를 획득한 상원에서 당초에 약속한 최저임금 인상, 노동조합 강화 등의 친노동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게 보인다. 또한 동맹국이 납득하면서 미국 안의 대중국 매파를 만족시키는 중국 견제 장치를 고안하는 것도 난제 중의 난제다. 그것도 미국 산업의 부활을 위해 국가 보조금을 증가하는 산업정책을 강화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새 행정부가 증세와 복지지출 증대를 통하여 분노한 노동을 민주주의 질서로 흡수하고, 코로나19 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경기회복을 통하여 확보한 국내 리더십을 세계 리더십으로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바이든 행정부의 성공 여부는 미국의 장래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의 붕괴가 국가와 인종 간 대립이 격화되는 트럼프적 혼돈으로 이어질지, 로드릭의 세 가지 가치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계기가 될지를 결정하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남의 나라 일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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