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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게이츠의 손배가압류 폭력을 규탄한다
- 나원준 위원 -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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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게이츠의 손배가압류 폭력을 규탄한다    원문보기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    * 출처 : 경향신문(2021. 2. 11)


2003년 10월17일, 35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129일을 홀로 싸워온 노동자가 자결했다. 그때 한진중공업노조 지부장 김주익의 목숨을 앗아간 손배가압류의 행렬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촛불정부에서도 그랬다. 작년 11월까지 민주노총 사업장 기준으로 28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현 정부에서 개시됐다. 정부는 국가폭력 피해자로 공식 인정된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2009년의 손해배상을 오늘까지도 취하하지 않고 있다.


고 김주익의 고공 크레인 위로 다시 올랐던 해고노동자 김진숙이 최근 34일을 걸어 청와대에 도착했다. 김진숙의 곁에는 대구 달성공단에서 합류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한국게이츠 공장 폐업 철회’가 적힌 노란 조끼의 그들은, 작년 6월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흑자폐업 결정으로 정리해고된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다. 한국게이츠 사측은 청산 업무에 방해된다면서 천막농성 대오의 노동자 19명 전원에 대해 손배가압류를 청구했다. 이 땅의 사법부는 여느 때처럼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세보증금에까지, 그리고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가압류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들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벼랑 끝 상황이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다. 노조법 제3조도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사용자들은 노조에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한다. 법원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좁게 해석해 대부분의 단체행동은 위법이 된다.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막겠다던 ‘노란봉투법’은 국회에 잠들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손배가압류가 노조를 무력화하는 사측의 보복 수단이 된다는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의 지적도 소용없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지켜주는 건 민주노조뿐인데 노조를 했더니 월급도 집도 뺏기고 삶이 파괴된다. 정부가 약속한 노동존중은 지금 어디 있는가? 포용국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국게이츠대구시민대책위원회는 투쟁의 현장을 조합원들과 함께한다. 외투기업이 특혜만 누리고 구조조정과 자본 철수를 일방적으로 단행해도 이를 제재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투기자본의 재산권과 시민의 생존권을 맞바꾸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제 우리는 사측의 손배가압류를 대구시민과 함께 규탄한다. 또한 우리는 국회가 반드시 노조법을 개정해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손배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 조합이 아닌 개인과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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