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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업 환경 갈수록 악화 일자리 확보는 공염불
- 성태윤 위원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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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기업 환경 갈수록 악화 일자리 확보는 공염불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출처 : 매경이코노미 (2018. 6. 25)   원문보기


요즘 우리나라 고용 여건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평가될 정도다. 실업률은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면 3%대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는데 지난 5월 4%까지 치솟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노동시장 사정이 매우 나빴던 2009년에도 5월 실업률이 3.8%였음을 감안하면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대개 실업률을 비롯한 고용지표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해마다 같은 달을 비교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특히 청년 중심으로 고용 사정이 나빠졌고 장기 실업도 많아져 질적으로도 좋지 않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5월 11.6%로 과거 수치에 비해 경이적으로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최악이었던 2009년 5월에도 청년실업률이 9.1%였음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단시간 근로자 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업률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 정도 수치라면 이미 노동시장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잠재 취업가능자와 잠재 구직자,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 등을 포함해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5월 기준 23.2%에 달한다.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더구나 과거 청년실업에 시달리던 국가들도 최근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게 더 문제다. 

제조업 가동률 부진과 재고 누적을 고려하면 고용 악화는 놀랍지 않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최저 수준인 70%대로 하락했다. 즉, 기업이 멈춰 서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거시지표 개선을 견인한 메모리 반도체 가동률이 거의 100%임을 감안하면 정보통신기술 업종을 제외한 제조업 상황은 심각한 셈이다. 

낮은 가동률 속에서 재고가 쌓이는데 기업이 신규 투자로 고용을 늘릴 가능성은 많지 않다. 생산 요소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업이 판단할 수 있을 때만 일자리는 생겨난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의 비용 구조 악화와 이에 따른 수익 감소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증가하는 비용을 상쇄할 정도로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출발점이다. 

매년 세계은행은 기업 환경 관련 지표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계약 집행(1위)이나 제조업의 비용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기 공급(2위) 항목이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아 전체 순위(4위)가 높은 것처럼 나온다. 하지만 기업활동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항목을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 경영 여건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건축 인허가(28위), 투자자 보호(20위), 조세행정(24위), 통관행정(33위), 재산권(39위), 신용자금 조달(55위) 등 다른 항목들은 대체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결국 정부 규제 환경이나 재산권 보호 등 관련 여건은 좋지 않다는 뜻이다. 

핵심은 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투자에 도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비용만 증가하면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공무원 채용을 할 수 있고 고용 보조금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기업가들이 도전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마련 없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고 미래 부담만 증가시킨다. 기업이 멈춰 서는데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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