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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하준경 교수 "육아·교육 해결할 획기적인 재정지출 필요"
- 하준경 위원 -

2020.09.20

조회수 24


[경제석학 인터뷰] 하준경 교수 "육아·교육 해결할 획기적인 재정지출 필요"    원문보기


    * 출처 : 조선일보(2020. 09. 20)


"나라가 소멸하면 재정건전성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정 여력을 아끼려 하지 말고 풀어야 한다."


한국 경제학계에서 정통 케인지안(Keynesian)으로 잘 알려진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2021년 예산안 발표 이후 촉발된 ‘국가채무 논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위기가 오더라도 장기적으로 시장은 자연히 균형을 찾고 회복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는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고 일침을 가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연상시켰다.


그는 특히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를 GDP(국내총생산)와 연동시켜 제한하는 재정준칙 수립 움직임에 부정적이다. 하 교수는 "재정준칙에 특정 숫자를 명시해 이를 넘기면 안된다는 식으로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유럽은 재정준칙을 숫자로 엄격히 규정했는데 이를 지키는 곳은 없다"고 했다.


한국은행 출신인 하 교수는 금융연구원 등에서 거시 경제와 인적자본 투자 등을 연구해왔다.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더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진 학자다.


그는 정부의 확장 재정을 통한 성과에 학점을 매긴다면 ‘B+(비 플러스)’를 주겠다고 했다. B+는 가장 우수한 성적을 의미하는 A 학점의 바로 밑으로, ‘양호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실업률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인데 GDP 대비 재정 지출도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적었다"면서 "거시 지표로 봤을 때 효과가 상당히 좋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하 교수는 지나친 재정건전성 강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가채무를 줄이려고 재정 지출을 축소하다, 경제 성장 동력을 잃게 되면 오히려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채무비율 상승을 반면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 정부 지출을 줄였지만, 경기위축이 심각해지면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낮아져 오히려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지출규모를 특정한 수치 기준으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세우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나타냈다.


하 교수는 이 같은 맥락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는 경제 순환이 단절되는 충격"이라면서 "직접적인 현금 지원과 금융 지원 등으로 소득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해야 경제가 마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확장 재정 정책이 불가피한데, 바람직한 재정의 역할은.


"재정의 역할은 실직자, 폐업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의 소득 흐름이 끊기지 않게 돕는 것이다. 이들이 소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 창출을 해야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포퓰리즘 논란도 있었는데, 평가를 해본다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사용 기간을 정하고 사용처도 소상공인 등으로 한정을 해서 설계가 잘 된 편이다. 현금으로 그냥 주는 방식보다 용도를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고, 돈이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효과가 있었다. 재정을 완전 적절하게 썼다고 하진 못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미국은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게 두고 해고된 사람에게 실업 부조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지 않게 회사가 버틸 수 있도록 금융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등을 해줬다. 실업자가 대량 발생하는 것을 막는데 주력했고 그런 면에서 효과가 있었다."


-전국민에 대한 보편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이 예산 지출 규모에 비해 소비 증대 효과가 떨어지는 재정승수가 낮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구체적인 승수 효과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따져볼 수 있을 것 같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 경제가 얼마나 나빠졌을지’를 추계해볼 수 있어야 재정 승수도 계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비교가 어렵다. 긴급하게 지원이 필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차 재난지원금은 신속하게 내수가 붕괴하는 것을 막는 효과는 발휘했다고 본다."


-이번 4차 추경은 전국민 지급이 아닌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선별적 지원금 지급을 택했는데.


"코로나 재확산 이후 일부 업종은 아예 소득이 끊겼는데, 정부가 방역 강화를 명분으로 희생을 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피해를 입은 업종에 더 지원하는 것이 정당하다. 소비 진작보다 어려운쪽이 살아남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반적인 소비 진작이 필요할 때 다시 보편적인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겠다."


-유흥업소 등 일부 고위험업종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신속한 지원을 하다보면 불완전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후적 보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큰 테두리에서 지원을 해 준 후, 내년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피해 규모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으니 이 때 피해 규모에 비례해 세금으로 환수하거나, 실제로 더 큰 피해를 입었다면 더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세법을 정비해 사후 환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4차 추경안에 담긴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에 일고 있는 포퓰리즘 논란을 평가하면.


"통신비 전국민 지급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본다. 통신비 2만원은 사회 통합 차원에서 방역에 협력해준 국민들에게 위로 차원에서 지급하는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추경이 일부만 지원하는 것이 골자이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국민이 있을 수 있고, ‘나도 방역에 협력했는데’라며 억울해할 수도 있어 이를 감안한 방안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사회 통합 목적과는 달리 통신비를 왜 전국민에게 주냐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게 크므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타협책도 검토할만 하다. 통신비 대신 소비쿠폰을 주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위해 확장 재정이 이어지는 데 따른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가계와 기업이 살아난 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증세는 경기가 활황일 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경기가 안좋을 때 세금을 더 걷으면 경기 위축 효과가 크고, 경기가 좋을 때는 증세에 따른 위축 효과가 크지 않다. 정부가 성급하게 재정 건전화를 외치며 증세를 추진했다가 가계와 기업에 타격이 갈 위험이 있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높지 않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저출산과 고령화를 피할 수 없는 미래로 보고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은 무의미한 의견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100년 후면 한국은 인구가 없어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 나라가 사라지는데 재정 건전성을 따져봤자 어떤 의미가 있나. 아낌없는 재정 지출로 출산률을 높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한국은 저출산 타개를 위한 지출에 너무 소극적이다. GDP의 1% 정도가 저출산 해소에 쓰이는데, 다른 나라는 2%대 넘게 지출한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 대응으로는 인구 문제나 생산성, 성장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처럼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의 획기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 국가가 돌봄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20·30대 여성들의 가장 학력이 높다. 하지만 노동 시장에서는 홀대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육아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이 심각한 상황이다. 돌봄과 교육을 국가가 해결해준다면 출산률은 올라갈 것이다."


-확장 재정을 위한 재원 조달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데 괜찮을까.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져도 이자로 내는 비용이 크지 않다. 금리는 성장률과 비례한다. 추후 금리가 오르면 어쩌냐는 우려도 있지만, 금리는 성장률이 높아질 때 오르는 것이므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상황이니 세금이 더 많이 걷힐 것이다.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를 갚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고, 경상수지 흑자 국가다. 외국에 빌려준 돈이 더 많은 나라이면서, 달러가 순유입되고 있다. 아직 여유가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해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엄격히 관리하지 않으면 재정파탄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 경제가 살아나야 재정건전성도 도모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정준칙에 특정 숫자를 명시해 이를 넘기면 안된다는 식으로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유럽은 재정준칙을 숫자로 엄격히 규정했는데 이를 지키는 곳은 없다. 경기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적자비율을 줄이라는 EU 방침을 따라 국가채무를 줄였지만 경기가 위축되면서 국가채무비율은 되려 더 늘었다."


-정부 예산이 2017년 400조원에서 내년 556조원까지 늘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매년 대규모 추경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봐야 하지 않나.


"성과를 따져보려면 ‘만약 재정을 안 썼다면 상황이 어땠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 재정 씀씀이가 늘었다고는 해도 저출산 고령화 등 요인으로 내수 위축이 심각한 상황을 보완하는 수준이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산업 생태계가 경직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대적인 과제다. 단기적 내수 위축을 막는 데 주력했음에도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이 어려운 과제였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몇퍼센트 더 쓰겠다는 식의 과거의 틀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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