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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코로나 이후, 노동의 미래
- 이주희 위원 -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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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세상] 코로나 이후, 노동의 미래    원문보기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 출처 : 한겨레(2020. 06. 22)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케인스는 1930년 발표한 에세이 ‘우리 손주 시대의 경제적 가능성’에서 급속한 기술발전과 생산성 향상으로 100년 안에 우리는 모두 주당 15시간, 즉 하루에 단 3시간 혹은 주 이틀만 일하고 살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주 52시간 한도도 부족하다고 탄력근로제로 큰 논란이 일었던 우리나라에서 10년 안에 이처럼 급속하게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아니, 4차 산업혁명의 전개와 맞물려 우리 삶을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 때문에 아마 그렇게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경우도 케인스의 예측이 맞았다고 하긴 어렵다. 대다수가 주 15시간을 일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는 계속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다수는 초단시간 노동과 실업을 오가며 살게 되는 세상을 그가 예상했던 것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순간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위기가 다행히 잦아든다 해도 아마도 그 이전 시기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정도이다. 국가 간 물리적 이동 감소를 포함한 반세계화 추세, 글로벌 공급체인 교란, 대면 노동 기피, 인공지능(AI) 등을 통한 자동화 급증과 노동력 수요 감소, 경기 침체 장기화, 지금보다 더 심한 수준의 중산층 붕괴 등 최악의 상황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미래는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고 그에 대응할수록 우리의 미래는 최악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부터도 최악이었던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대책으로 두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와 기본소득, 일견 대립적이거나 대체적인 것으로 보이는 두 제도는 별개의 제도이며 심지어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는 전통적인 고용관계의 형해화를 막고 정규성이 주는 장점을 유지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직업훈련과 재취업 지원 등 실업급여를 넘어서는 다양한 지원도 가능하다. 문제는 보험의 한계와 보장의 한시성이다. 임금 대신 소득으로 일자리 상실 여부를 파악한다 해도 그 소득조차 현금으로 받거나 증빙을 할 수 없는 더 어려운 형편의 노동자가 더 보호받기 어렵다. 또한 가입기간이 짧을수록 실업급여의 수급일수도 줄어들며, 임금이나 소득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는 경우, 즉 미취업 청년 실망실업자 등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혜택은 없다.


기본소득은 우파와 좌파 모두 찬성하기도 또 반대하기도 하는 제도이다. 우파 기본소득론에서는 기존 복지서비스의 축소를 전제로 최소한의 수요창출이라는 경제적 필요성이 주로 강조된다. 좌파 반대론에서는 노동의 불평등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이 비판된다. 실제로 우파 기본소득론은 디스토피아에 가까울 수 있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는 축소할 복지도 별로 없는 만큼 기존의 사회보험을 유지하고 보편적인 복지서비스를 확대해 기본소득의 지급액을 낮추면서도 형평성 제고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한다 해도 조세 방식에 따라 소득재분배가 가능하며 로봇세 등 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즉, 특정 제도는 그 제도가 배태된 사회적 맥락과 다른 제도와의 관계 아래에서만 기대한 효과가 나타난다. 기술발전의 수준이 모든 사회적 삶을 정형화하는 것도 아니다. 유사한 선진국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주 35시간 노동이 법제화되어 대부분 적은 시간 일하고 있는 반면 영국에서는 초단시간 노동과 48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이 공존한다. 노동시간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미국에서는 현재 많은 실업자가 발생했지만 단체교섭으로 노동시간을 일부 줄여 해고를 막은 독일은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낮았다. 케인스의 예측을 빗나가게 했던 변수는 정치였다. 최소한 우리의 손주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했던 그 순간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가 묻지는 않도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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