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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종부세 강화 법안 발목 잡지 마라
- 정세은 위원 -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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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종부세 강화 법안 발목 잡지 마라    원문보기


정세은 충남대 교수    * 출처 : 경향신문(2020. 04. 22)


코로나19 사태 이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이상급등했던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게 된 것,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심각한 위기가 닥쳐야만 누릴 수 있는 일인가하는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고 난 후에도 맑은 공기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부동산시장이 더욱 정상화되기를 바라면서 정부와 국회의 가열한 노력을 촉구한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그린뉴딜과 보유세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당과 후보들이 선전한 것은 바로 국민들이 이 정책의 조속한 실시를 강력히 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낙제점을 줄 정도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정부·여당의 의도가 그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동산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 이해해주고 싶다. 그러나 몇 번을 실기한 정책으로 인해 서울 대부분 지역의 부동산가격은 이상 급등했고 투기열풍은 전국 지방 도시로까지 퍼져나갔다. 얼마 전 결혼해서 연락했던 예전 지도학생이 “신혼집을 마련할 때 전세를 구했는데 빚이라도 내서 집을 사야 했었다”는 한숨 섞인 후회를 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기성세대로서 정말 미안했다.


정부의 정책이 언제나 성공을 거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만일 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처와 같이 과도할 정도로, 그 반 정도라도 부동산 투기현상에 대응했더라면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해본다. 집값의 이상급등은 집 없는 절반의 가구에 절망감을 안겼을 뿐 아니라 집이 있더라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 가구에는 박탈감, 그리고 정말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부채증가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코로나19 덕분에 의도치 않았던 부동산 안정세가 실현되고 있지만 굳이 집을 살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 중 울며 겨자 먹기로 빚내서 집을 샀던 안타까운 사연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동산은 아예 처음부터 투기에 의해 이상급등하지 않도록 정말 과도하게 관리해야만 국민들에게 주거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


종부세의 강화는 집주인들에게 세금을 더 받아내겠다는 술책이 아니다. 약한 부동산 보유세가 투기를 조장하는 탓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 바로 보유세 강화이기 때문이다.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약한 소득세와 재산세는 소득과 재산의 양극화를 낳는다.


1980년대 미국에서 레이건이 집권하면서 소득세 누진도가 크게 약화되었는데, 그로 인해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게 되니까 임금격차를 벌리는 방향으로 사회시스템이 왜곡되었다. 결국 고액 소득자가 많아져서 세율이 낮아졌으나 소득세 세수는 느는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도 약한 보유세 정책으로 부동산가격 상승이 유인되고 종부세 세수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종부세 강화는 초기에는 충격이 있겠지만 조만간 부동산 안정화를 이끄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늦게나마 작년 12·16대책을 통해 종부세 강화안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최근 총선과정에서 여당 일부 의원들에 의해 1가구1주택 종부세 완화 공약이 제시되었던 것은 실망스러웠다. “1가구1주택의 실수요자가 뾰족한 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이 큰 고통을 준다”고 했는데 사실 12·16대책에 이미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1가구1주택자들의 종부세가 완화된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씁쓸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발의한 종부세법은 세율 인상이 골자지만 1가구1주택 요건을 충족한 노인에 대해서는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 올리고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의 세액공제율 최대한도를 10%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이렇게 실수요자이면서 특별한 소득이 없는 노인들을 철저히 배려해주고 있는데, 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1가구1주택에 대한 비과세 정책은 조세정의를 해치고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야기하는 등 혜택이 과도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12·16대책을 반영한 종부세 개정안에 대해 원안대로 이달 내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선회라는 점 정도로만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반대 입장이어서 이마저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6월1일 이전에 통과되지 않는다면 2020년은 현재의 종부세체제로 부과될 것이고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는 안된다’는 신호를 강력히 내지 않는 한 관망세는 지속될 것이고, 투기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더는 기다리기 정말 힘들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뜻을 받들고자 한다면 이에 반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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