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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근 국제경제학회장 "中 생산비중 낮추고 스마트공장 택해야"
- 이근 위원 -

2020.02.24

조회수 111


이근 국제경제학회장 "中 생산비중 낮추고 스마트공장 택해야"    원문보기


이근 서울대 교수    * 출처 : 조선비즈(2020. 02. 24)


[학회장에 듣는다]⑥

"한국은 선진도상국… 주주자본주의 '배당의 덫' 빠져나와야"


"중국은 고성장에 따르는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생산을 늘리면서 중국 의존도가 커졌다. 앞으로 디지털 공장을 도입해 쾌적한 선진국 형태로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근(60) 한국국제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한 폐렴(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과도한 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된 것을 떠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 방안으로 '스마트 공장'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들이 그동안 해외생산을 늘려왔던 건 결국 노동비용 절감을 위해서 였다"며 "고도의 자동화 역량을 갖춘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면 국내에서도 저비용 고효율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비용절감에 골몰하게 됐던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간 선진국을 추격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던 우리나라가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를 채택하면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됐다고 봤다. 주주에 대한 배당을 중요시하게 되면 자연히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시장은 자본을 조달하는 창구인데,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배당을 통해 돈이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됐다"며 "배당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아니라 낮추고 있다"고 했다.


영미식 자본주의를 채택하면서 '나쁜 분배'도 우리 경제에 깊이 스며들었다는 점도 짚었다. 비록 재벌기업, 경직된 노동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있지만 기업이 버는 돈이 배당에 집중되다보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분배에 기여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도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빈부격차'라는 세계적 주제를 다룬 영향"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치를 '선진 도상국'이라 평가했다. 그는 2013년 국가별 추격속도지수를 발표하면서 더 이상 한국이 추격국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진국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한동안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미국의 70%를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간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려고 애써왔지만 추격속도가 줄었다"며 "디지털 의료, 디지털 교육 등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에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면 한국 만의 선진국 형태를 갖춰갈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우리 경제가 선진국을 추격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는데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 자본주의는 추격형 경제를 마무리 지으면서 영미식 자본주의 체제와 닮아가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가 영미식·유럽대륙식·동아시아식·북구식(북유럽 스칸디나비아식) 자본주의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분석해보면 일본과 함께 영미식으로 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대만, 일본, 중국이 모두 동아시아식에 속했는데, 성장률·고용률·분배 등에서 가장 나쁜 자본주의로 가게 됐다. 성장률과 분배가 모두 악화됐다. 한국은 어떻게 보면 재벌 기업들 덕분에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식 기업 아래 노동시장은 경직적이다. 반면 미국은 노동시장이 굉장히 유연하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주주 자본주의'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은 뒤 주주자본주의가 득세하면서 투자보다는 이윤배당을 중시하게 됐다. 현재 민간의 동력이 줄어든 데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올해 다보스포럼의 핵심 주제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였다. 이해관계 자본주의를 새로운 가치로 내걸고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논의한 것이다. 회사는 주주만의 것이 아니고 주주와 경영자, 노동자, 지역사회 커뮤니티 등 공동의 것이라는 의미다. 단지 배당을 많이 주는게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회사 돈이 빠져나가면 기업가치가 낮아진다. 주식시장이 자본을 조달하는 창구인데 돈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의 최대 폐해이자, 시장의 실패다. 미국의 경우 1년에 4회 배당을 하는데 이는 또 장기적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삼성전자가 최초로 분기 배당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나쁜 점을 채택하려는 것이다.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책임을 부여하는 모델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지 않은가.


"배당과 재투자, 그리고 임직원에 대한 보너스 등 이 세 가지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는 구성이 좋다. 유럽처럼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의사결정 권한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있다. 벤처기업들이 상장할 때 설립자들이 경영권 침해에 대한 우려없이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통한 혁신성이 유지되는 것도 이같은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구글 등도 도입을 했고, 실제로 과감한 투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분배에 중점을 둔 '소득주도성장'이 성과가 있었다고 보나.


"현 정부가 큰 틀의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분배가 악화되니 소득을 직접 다룬 것일 뿐 한국이 주주자본주의, 월가식 금융자본주의에 진입했다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없다. 그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자본주의가 분배와 성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과거 동아시아 국가들은 과잉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버는 족족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제 외국인 주주들은 고배당을 요구한다.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도 정확한 방향은 아니다. 배당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본다.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핵심적인 구조개혁의 과제는 무엇인가.


"성장률이 하락하는 건 과거 20년 동안 계속됐던 일이다. 작년 성장률 2.0%는 잠재성장률(2.5%)보다 0.5%포인트는 낮다. 원인을 분석해보면 대외적 요인이 40%, 대내적 요인이 60%다. 개방 경제에서 세계교역 자체가 줄어드니까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고비용 구조 아래 투자는 계속 마이너스로 갔다.


투자의 양 뿐만 아니라 투자의 방향도 중요하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에 투자하면서 3차 혁명시대를 열었는데, 4차 혁명에 필요한 건 디지털 인프라다. 디지털 의료, 디지털 노동시장, 디지털 교육 등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 의료 모두 규제에 걸려있다. 청와대에서도 디지털혁신비서관을 만들기는 했으니 두고 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중 어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나.


"선진도상국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소득 기준으로 미국의 70%를 넘기 어려울 것 같다. 과거 일본이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을 때가 80%였고, 독일이 90%까지 근접한 적이 있다. 어느 나라도 미국을 추월하지 못했다. 그동안 미국과 격차를 엄청 줄여왔는데 추격 속도가 줄면서 70% 정도에서 수렴하지 않을까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게 마냥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과거 고성장·고투자·고일자리에서 저인구·저성장·저일자리라는 새로운 균형점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체된 인구로 더 큰 부가가치를 내면 된다. 미국은 제조업을 버렸다가 중국의 급부상에 위기감을 느끼고 다시 제조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고부가가치의 쾌적한 제조업을 만들었다. 이게 한국에서 가능하게 하려면 4차 혁명이 물질적 기반이 돼야 한다. 디지털 공장을 만들면서 환경을 잘 설계하면 한국은 쾌적한 선진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경기 변수로 코로나19가 급부상하고 있다. 체감하는 경제 여파가 어느정도 일 것으로 보나.


"코로나 사태는 지난 일본의 수출 규제보다는 파급력이 클 것 같다. 최대로 보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정도일 거라고 본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부품, 소재 부분에 충격을 줬는데, 한국은 중국과 부품, 소재에서 연관도가 더 높다. 금리 인하로는 분배만 더 악화된 것으로 본다. 필요한 곳에 핀셋 지원하는게 낫다. 맞춤형 추가경정예산안이 나을 수 있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데 대안이 있나.


"기업들이 해외로 왜 진출하려고 했는지를 잘 생각해보면 이 역시 주주 자본주의를 떠올리게 된다. 결국은 노동 비용이 문제였다. 기업들은 이번에 리스크를 알게 됐으니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에 대한 리스크를 알게 된 것 처럼 리쇼어링(reshoring)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면 비용이 절감돼 국내에서도 생산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고성장에 대한 과실을 나누면서 정권에 권위를 부여해왔는데 이번에 허술한 시스템이 노출됐다. 강한 경제대국인줄 알았는데 굉장한 약점이 있다는 걸 전세계가 알게된 것이다. 체제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많다."


-미·중 무역갈등이 1단계 합의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대외 불확실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진단이 있다.


"1단계 합의 자체가 명확하고 전격적인 수준은 아니다. 미흡한 내용이 많아 앞으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관세만 줄인 것일뿐 효율성은 하나도 없다는 분석이 있다. 더이상 경기에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라는 정도로 봐야 한다. 미·중 갈등의 핵심은 패권전쟁이고, 직접적으로는 기술경쟁이다. 이런 이슈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남아 있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때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 경제적인 결정은 민간 기업이 하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는 걸 대외에 천명하고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자꾸 왔다 갔다 입장을 바꾸면 나중에 불이익을 줄 빌미가 된다. 기업의 결정에 맡기고 어떤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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