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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추경, 과도할 정도로 신속·과감하게
- 정세은 위원 -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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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추경, 과도할 정도로 신속·과감하게    원문보기


정세은 충남대 교수    * 출처 : 경향신문(2020. 02. 26)


코로나19 확산이 야기하는 문제는 인명손실이 그 핵심이지만 경제에 주는 충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는 마비될 정도의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음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식과 회식을 줄이고 여행을 가지 않으며 대중 목욕탕, 영화관, 콘서트장에도 가지 않는다. 확진자가 발생한 대기업, 중소기업의 공장이 멈추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위축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신천지발 감염자 숫자가 알려진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어 그 충격은 2015년의 메르스 사태를 뛰어넘어 2008년 국제 금융위기에 근접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특히 자영업 부문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비대해진 영세자영업 부문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부문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과도하게 크고 영세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실직하거나 퇴직한 이들이 특별한 기술 없이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데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소비패턴의 변화가 더해지면서 자영업 부문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등장했다. 자영업의 상황 악화로 인해 최근 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신청 금액이 일주일간 1만3000건에 이를 정도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자영업자들에 비해 덜 주목받지만 자영업 영역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단기적 경기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금융기관이 함께 나서야 하지만 재정 동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2조원 규모의 예비비, 1조원 규모의 특별교부세, 5조원 규모의 지자체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이 있지만 이 예산들을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추경예산 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07년 1월 시행된 국가재정법에서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발생 시 등으로 추경예산 요건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현재의 사태로 올해는 추경예산 편성 필요성에 쉽게 동의가 형성될 것으로 생각된다. 


추경예산과 관련해서 결정해야 할 것은 그 규모와 내용이다. 과거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인 2009년에 ‘슈퍼 추경’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인 28조4000억원 규모로 추경된 적이 있다. 당시 추경예산에서는 고용유지 지원금, 취업 취약계층 신규 고용촉진장려금, 실직자에 대한 직업훈련 등 일자리 분야에 예산이 투입되었다. 현재는 10년 전보다 경제규모가 매우 커진 것과 충격의 크기를 고려할 때 30조~40조원 정도의 대규모로 편성될 필요가 있다. 추경예산 편성 내용에 있어서는 자영업자, 자영업 부문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 특례보증 확대 및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은 우선 포함대상이다. 지역사랑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등 소상공인 전용 상품권에 할인 혜택을 주고, 발행을 늘리는 것도 영세자영업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출이 없어도 내야만 하는 임대료, 일감이 없어서 놀 수밖에 없는 일용직 노동자 생계비야말로 꼭 필요한 지원으로 보이는데 어떠한 규모와 방식으로 시행할 것인가는 고심이 필요하다. 


올해 예산안이 이미 72조원의 적자재정으로 수립되었기 때문에 지출확대 추경을 편성하는 경우 적자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추경예산 편성이 없는 상태에서 경기가 급락한다면 GDP 대비 적자가 증가하는 원하지 않은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적자규모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GDP의 규모와 그에 대비한 적자 규모이다. 적자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경기를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이유이다. 다행히 우리의 국가채무 수준은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어서 소폭의 증가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예기치 못한 이번 사태는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제환경에서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국 경제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기만 하다면 신속한 수습이 가능한 유형의 재난이다. 국민이 합심해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한다면 국민 통합과 정부신뢰 제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단지 추경예산안을 만든 이후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국회를 통과해도 집행하는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서둘러야 한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은 초기에 사태를 진압하는 데 매우 중요하므로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응은 경제 부문에서도 대응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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