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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에너지전환, 통합공기업이 주도해야
- 정세은 위원 -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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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에너지전환, 통합공기업이 주도해야    원문보기


정세은 충남대 교수    *출처 : 경향신문(2020. 1. 29)


에너지전환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표 정책 중 하나이다. 물론 2030년에도 전력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3.9%, 석탄이 36.1%로 계획되어 있고 재생에너지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20%여서 기후위기 대응에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2017년 6.2%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를 10년 남짓한 기간 안에, 그것도 태양광·풍력 같은 순수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특히 큰 폭의 전기요금 상승 없이 달성한다는 목표는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다. 가장 비용 절약적인 방안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사례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북유럽과 독일은 이미 높은 수준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하였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가능한 비전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조건과 환경이 다른 그들의 선례를 무조건 모두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전을 공유하되 그들이 사용한 정책 처방이 우리의 사정에 맞는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 것이 유럽이 시장을 통해 성공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이루었다는 정책 제언이다.


유럽이 시장을 통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럽 각국의 지리, 기후, 산업, 부존자원의 특징이 다르고 에너지 수급구조가 달라 유럽 전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것이 비용 절약적인 에너지 사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정부개입을 재강화하기로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의 민영화, 시장화가 언제나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유럽의 경우 시장통합의 이익이 시장화의 부작용을 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시장을 통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장화의 이점이 발휘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 고립된 전력망이라는 점이 경쟁의 이익을 제한한다. 시장을 통한 매칭으로 과부족이 해소될 수 있을 만큼 에너지 수급구조가 다양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보면 조건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 없이 유럽의 시장화 사례를 따르고자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 2001년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이 6개로 분할된 후 지난 10년간 보수정부하에서 민간가스발전사들이 대거 진입했는데 의미 없는 공기업 발전사 간 경쟁과 민간자본의 수익추구가 국가경제에 손해를 끼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 분할된 공기업 발전자회사들은 낭비적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는데 해외 수주에서 나타나는 공기업 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그 단적인 예이다. 또한 분할된 구조로 인해 석탄과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환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한편 현재 발전량의 30%를 생산하고 있는 대형 민간가스발전사들은 거시적 수급조절은 무시한 채 각자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행동하여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에선 민간자본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지자체가 거의 무상으로 제공한 땅에 지어진 발전소를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고리대금 수준의 이자비용을 챙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발전 부문에서의 이러한 문제점을 방치한 채 가스 부문과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민간자본의 비중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이는 국가적 낭비구조를 방치하고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에 의해 추진되었다가 2004년 노무현 정부에 의해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공식 중단된 전력산업의 민영화 및 자유화의 계속적 진행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2004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발전공기업 6사가 분할된 채로 남아있게 되자 이후에 보수정부가 민간가스발전사들을 대거 진입시킴에 따라 이러한 왜곡된 구조가 자리 잡게 되고 심화된 것이다. 즉 보수정부의 우회 민영화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가장 효율적 방식으로 에너지전환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에너지 부문이 특수하다는 것, 한국적 현실에선 시장화의 이득이 없다는 것이 명확히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한 인식하에서 현재의 왜곡된 발전시장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분할된 6개 공기업발전사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하고 사익 추구에 휘둘림 없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에너지전환을 주도하게 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이 국가경제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과업이라는 점에서 공기업이 주도하는 게 맞다. 물론 공기업 주도가 민간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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