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19.1.29)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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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총 24조 1천억원 규모로 지역의 산업경쟁력 제고와 지역주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약 13조원),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물류 국가 기간망 사업(약 11조원)으로 구성

 

  ➊ R&D 투자 등을 통해 지역의 전략산업 육성(5개 사업, 3조 6천억원)

        * 전북 상용차 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 R&D(0.2조원), 광주 인공지능 집적단지(0.4조원), 전남 수산식품 수출단지(0.1조원), 지역특화 산업육성 플러스(1.9조원) 등

 

  지역산업을 뒷받침할 도로․철도 등 인프라 확충(7개 사업, 5조 7천억원)

        * 충남 석문산단 인입철도(0.9조원), 대구 산업선 철도건설(1.1조원), 울산 외곽순환도로 건설(1.0조원),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0.8조원), 서남해안 관광도로(1.0조원) 등

 

  ❸ 전국 권역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5개 사업, 10조 9천억원)

        * 남북내륙철도 건설(4.7조원), 충북선 철도 고속화(1.5조원), 세종=청주 고속도로 건설(0.8조원), 제2경춘 국도(0.9조원), 평택-오송 고속철도(3.1조원) 등

 

  ❹ 지역 생활환경 개선 및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6개 사업, 4조원)

        *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지하화(0.4조원),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0.2조원), 대전시 트램건설(0.7조원), 서울 도시철도 7호선 연장(1.0조원), 포항-동해구간 전철화(0.4조원) 등

 

  ❺ 균형발전과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으나 사업타당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 조사대상으로 선정할 계획

        * 제천-영월 고속도로(1.2조원), 문경-김천 철도(1.4조원), 광주 경전선 전철화(1.7조원) 예타 착수, 사상-해운대 민자고속도로(2.0조원) 민자 적격성조사 추진 

  • [기고] 통 큰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연구본부장    * 출처 : 한겨레신문 (2019. 1. 31)

     

    수도권이 블랙홀이 되어 지방을 잡아먹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드는 동안 지방도시는 하나둘씩 소멸의 길로 접어드는 중이다. 중앙대 마강래 교수 같은 이는 이름조차 살벌한 <지방도시 살생부>란 저서를 통해 2040년까지 지방도시의 30%가 소멸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방의 소멸은 수도권의 비대화와 직결된다. 경부고속도로 양쪽의 거대한 콘크리트 아파트군은 영화 속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 같은 착각을 준다. 수도권 북부 지역도 온통 아파트뿐이다. 이처럼 수도권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데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지방의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향후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사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조선업, 자동차 등 지방에 위치한 제조업 기반 산업들이 크게 출렁이면서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밀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서울 집값 폭등의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지방경쟁력 상실의 결과로 보면 된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통 큰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과거 균형발전 차원에서 만들어진 도시들을 견고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땅값이 싸고 추진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지역에 위치시킨 결과 여전히 취약하다. 이것이 해결되어야 2~3명이 아파트 하나 얻어 거주하다 주말이면 빨랫거리 싸들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기이한 현상도 없어진다.


    이전 정부를 훨씬 뛰어넘는 십수년간 집중할 제2기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전략이 공공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기 전략은 수도권과 맞짱 뜰 수 있는 광역도시권을 지방에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은행이나 대기업의 본사가 몽땅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골고루 발전하는 국가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지엠(GM) 등 자동차 3사는 미시간주에, 월마트는 아칸소주에, 보잉은 일리노이주에 기반을 두는 등 각지에 나뉘어 분포한다. 그 결과,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뉴욕의 인구는 미국 전체의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이 이처럼 비대화하는 데는 국가가 직접 나서 인천공항과 철도·도로 등의 교통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백조원의 국가 재정을 투입하여 강남·강북에 케이티엑스(KTX), 에스알티(SRT)를 관통시켰고, 지하철 10개 노선 등 수많은 인프라를 구축했다. 요즘 한참 논의되고 있는 지티엑스(GTX) 3개 노선도 수도권의 가치를 높여주어 인구 집중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수도권과 맞짱 뜰 수 있는 지방 경쟁력은 몇개의 지방도시를 광역권으로 묶어 통합적인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서 출발한다. 중부권을 예로 들면, 대전·청주·세종·천안을 하나의 광역권으로 묶어 교통 인프라를 통으로 구축·운영하자. 특히 청주공항 경쟁력이 중요하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은 보잉과 같은 기업들이, 디트로이트 국제공항은 지엠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3사가 세계로 향하는 통로다. 30~40분 내에 위치한 덜레스 국제공항이 있기에 워싱턴디시가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이렇다 할 공항이 없고 형편없는 공항 접근성으로는 큰 은행이나 대기업의 본사를 유인할 수도 없고 유인해서도 안 된다. 3~4시간 떨어져 있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혹자는 수요가 없는데 뭔 투자냐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논리라면 지방은 영원히 기회를 가질 수 없다.

  • [기고]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財政法 위반 소지 크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 출처 : 문화일보 (2019. 1. 30)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미 예타에서 탈락한 총 9조 원 규모의 7개 사업을 포함해 약 24조 원 규모다. 1999년에 도입된 예타 제도의 주목적은, 사업의 내용을 검토하고 재정 투입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 내용을 보완토록 해 예산 낭비를 막는 데 있다.


    예타 면제와 관련, 상식 있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재정 보수주의를 지향하든 확장재정정책을 지지하든, 보수든 진보든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에 SOC 사업 나눠주기를 통한 지자체 길들이기와 표심(票心) 얻기라는 문재인 정부의 전례 없는 무더기 ‘예타 면제 지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으로 국가재정법 위반의 가능성이 크며, 재정 이론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예타 면제 사업 결정은 법리적인 문제가 크다. 예타 면제는 국가재정법 제38조 2항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그 근거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문구를 해석할 때 법 해석의 원칙으로서, 항목 간에 의미의 비례성·균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급히 추진이 필요한 사업’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이라는 법규에 대응할 만한 사업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지역 SOC 사업의 경우 추진이 시급하다는 긴급성, 특별한 경제·사회적 문제 상황에 대한 대응이라는 특정성이 충족될 때에 한해 예타 면제가 가능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문 정부의 대규모 예타 면제는 이런 점에서 국가재정법이 상정하고 예비해 놓은 예타 면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정부가 주장하듯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예타 면제가 무조건적으로 허용된다면 예타 제도의 형해화(形骸化)로 인해 재정법 체계의 붕괴와 행정부의 재정권 남용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예타 면제는 제도의 신뢰성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이론적 문제를 일으킨다. 예타 제도는 예산 배분을 받기 위한 게임에서 경쟁하는 행위자들이 준수해야 하는 게임의 규칙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 사업이 선정된다는 공정한 규칙이다. 그런데 참여자들이 합의한 규칙을 갑자기 바꾸면 예타 통과를 위해 노력해온 기존 행위자들에게 매우 불공정한 게임이 돼 버린다.


    한편, 게임의 규칙이 임의로 바뀌면 행위자들의 전략도 바뀐다. 사업의 품질을 올리기보다는 예타 면제를 결정하는 의사결정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최선의 전략이 된다. 이로써 발생하는 다양한 합법적 또는 불법적 로비 활동은 전형적인 지대추구 행위로,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인 자원 소진에 해당한다. 전반적으로 예타 면제에 대한 결정권을 정치권과 관료가 갖게 되므로 규칙에 의한 결정에서 불합리한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결정으로 바뀌게 된다. 권한과 권력이 전문가 집단에서 정치집단으로 급격히 이전되는 것이다.


    한쪽에선 삭발과 집회, 다른 쪽에선 지역을 순회하면서 던져주는 표심 얻기용 선심성 발언들, 이게 과연 공정한 예산 배분의 메커니즘인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예타 기준에 이미 포함돼 있는 지역 균형발전의 가중치를 높이면 된다. 가히 최악의 정책이라 할 만한 예타 면제 사업 지정은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한다.

  • [칼럼] 루비콘강 건너는 문재인 정부


    전병역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 출처 : 경향신문 (2019. 1. 30)

     

    어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 내용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뭘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고향 촌구석에 고속전철역이라니! 9년 뒤면 설, 추석에 편히 갈 수 있다며 설레야 하나. 한편으론 씁쓸하다. 이게 필요한 짓인가 싶어서다.


    자, 대한민국 지도를 펴보자. 당신이 대통령, 장관이라면 어디에다 뭘 만들어주겠는가. 일차적 기준점은 비용·편익이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그중에서도 강남권에 뭐든 깔아야 손해를 안 본다. 지방도 대도시 중심으로 엇비슷하다.


    왜냐. 가장 욕을 덜 먹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는 사람이 가장 많다. 비용·편익이 높게 나온다. 이렇게 개발해온 게 그동안의 관성이다. 이런 현실에서 영남 골짜기를 관통하는 고속철이라니, 대단한 정치적 결단이다. 균형발전을 향한 원대한 기러기, 고니의 뜻을 어찌 제비, 참새가 알겠냐마는.


    결국 문재인 정부도 “구시대적 토건공화국”이니 하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일단 경제가 안 좋다고들 난리니 몸이 달았다. 사실 지금 경제 문제라는 게 굉장히 구조적인 거란 사실은 솔직히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문재인 정부 잘못만이 아니다. 반도체 고점론이 나오지만 워낙 ‘비정상적 호황’이었다. 위기론에 떠밀려 삼성에 너무 끌려가지 마라. 자동차 산업이 힘든다는 것 또한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논란의 근원도 실은 따로 있다. 과도한 자영업 비중의 구조적 문제 탓이다. 마치 이런 일들 때문에 경제를 망친 정부라는 ‘누명’을 자처하고, 왼쪽 깜빡이를 켠 채 우회전하려는 게 아닌가.


    요새 정부·여당 쪽 인사들 움직임을 보면 심히 걱정스럽다. 툭하면 “우리는 반기업이 아니라 친기업”이란 말을 달고 산다. 즉 재벌개혁 하랬더니 그들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모양새다. 우리는 기억한다. 참여정부는 관료와 재벌에 포섭돼 뜻하던 바를 채 이루지 못했다고.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교육을 개혁해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사회로 대한민국호 방향키를 틀자는 게 2년 전 겨울에 터져나온 서민대중의 절규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얼마나 뛰었는가. 근래 좀 가라앉았다고 안도하고, 성장률 숫자 올리겠다고 땅부터 파겠단다. 성장률 3%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든, 누구를 위한 숫자인가.


    국토에 삽질을 해대면 당분간 일자리가 늘고 성장률도 올라갈 것이다. 그걸로 총선과 대선을 유리하게 치를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의 예타 면제 명분도 균형발전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쓸 종잣돈을 4대강에 쏟아부었다”며 비판해온 세력이 누구더라. 이런 식이면 유권자들 선택은 늘 빤하다. 그냥 자기 지역에 도로, 철도 많이 깔아주겠다는 놈 찍을 뿐이다. 진보·보수가 무슨 대수냐.


    한번 짚어보자. 이른바 7호선의 양주신도시 연장이 왜 필요한가. 광역고속전철인 GTX는 3개나 깔아야 하나. 원인은 베드타운을 너무 크게, 외곽에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지역균형발전은 안 해놓은 채 잠자는 도시만 잔뜩 만든다. 그러곤 ‘균형발전’이란 억지논리를 내세워 도로, 철도를 까는 짓거리를 해온 게 역대 정부다.


    예컨대 GTX-B 노선을 깔 게 아니라 인천 남동공단이나 마석 등지에 판교 2테크노밸리 같은 걸 만들어야지. 현실은? 또 GTX 공약을 총선, 대선용으로 우려먹을 일만 남았다. 유권자에겐 ‘희망고문’의 시작이다. ‘이부망천’이란 말이 다시 나돌도록 시민들 판단을 흐리는 정치다.


    겉은 생채기가 나도 금방 낫는다. 그러나 속이 허물어지면 간단찮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번 예타 면제는 친기업 행보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루비콘강을 건너는 신호로 보는 이들이 적잖다. 몇 발짝 더 내디디면 돌아나오지 못할 게다. 그 후과는 누구의 몫인가.

  • [오피니언] ‘다람쥐 도로’ 비극 떠올리는 ‘예타 면제’


    김기환 중앙일보 경제정책팀 기자     * 출처 : 중앙일보 (2019. 1. 29) 

     

    누구나 경제 행위를 할 때 ‘비용 편익 분석’을 한다. 선택이 초래할 각종 물리적·시간적 비용(cost)과 이로부터 얻는 직간접적 편익(benefit)을 금전 가치로 바꾼 뒤,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판단이 서야 일을 추진한다. 우리는 이런 선택을 “타당하다”고 평가한다. 가계·기업은 수시로 비용 편익 분석을 하는데 수천억, 아니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가는 정부 사업이라면? 그런 문제의식에서 1999년 도입한 제도가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다. 예타를 수행하는 김기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소장은 “예타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문지기”라고 정의했다.


    정부가 29일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발표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별로 1건씩 예타를 면제할 경우 사업 규모가 최소 20조원, 최대 42조원에 달한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타를 거쳐도 예산 낭비로 결론 나는 사업이 수두룩하다”며 “예타를 면제하면 최소한의 빗장마저 푸는 것”이라 설명했다.


    자동차 대신 다람쥐만 다닌다는 일본식 ‘다람쥐 도로’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우선 예타 면제에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재정법에는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규정돼 있다. 국가 정책사업이거나 국가 안보, 남북 교류, 재난 예방, 문화재 복원 같은 사유가 인정될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광역별 1곳씩” 면제하는 건 예타의 원칙을 허무는 전형적 ‘나눠 먹기’ 행정이다. 김성달 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사회간접자본(SOC)이 국가 안보처럼 시급한 사안도 아니고, 예타를 거쳐 시행하면 되는데 왜 무력화하려는지 의문”이라며 “비용 대비 편익이 1을 밑도는데 추진하는 사업은 차라리 현금을 뿌리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예타를 면제할 ‘명분’도 없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줄곧 ‘예타 강화’를 주장했다. 예타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가 문 대통령이었다. 민주정책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보고서에는 “SOC는 사업비 규모가 커 예타를 강화해야 한다. 예타를 완화한다면 예산 낭비 가능성을 사전에 막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이 보고서를 다시 읽는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지역 균형 발전, 경기 둔화 예방도 중요하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 원칙마저 허물면서 추진할 수는 없다. 예타 건너뛰려다 도로에 다람쥐만 뛰놀게 할 순 없지 않나.

  • [사설] 세금 24조로 매표 행위 끝내 강행, 사이비 國政이다


    * 출처 : 조선일보 (2019. 1. 30)  


    정부가 예비 타당성 조사 없이 국민 세금 24조원을 투입하는 23개 지역 사업 명단을 발표했다. 지역 민원이지만 경제성·사업성이 없는 철도·도로·공항 등으로 시·도별로 1~2개씩 배정해주었다. 아동수당, 일자리 예산 등 이미 타당성 조사 없이 쓴 29조원을 합치면 이 정부 들어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액이 53조원을 넘는다.


    조사 면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다. 여권이 맹비난하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22조원)은 물론 박근혜 정부 4년간 타당성 조사 면제액(24조원)의 두 배가 넘는다. 과거 정부의 SOC 사업을 '적폐'로 몰던 정부가 선거가 다가오자 대규모 토목공사 카드를 꺼내 들고 그토록 비아냥대던 이른바 '삽질'을 스스로 시작했다.


    세금 퍼붓기는 친문(親文) 인사들이 단체장인 지역에 집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공약한 내륙철도사업(사업비 4조7000억원)이 포함됐다. 전임 지사 시절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던 사업이다. 역시 친문 송철호 시장의 울산에는 울산외곽순환도로(1조원), 산재전문공공병원(2000억원) 등 2건이, 오거돈 시장의 부산엔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사업 2조원이 배정됐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역구인 충북은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1조5000억원)을 따냈다. 반면 야당 도지사인 경북은 4조원 규모로 신청한 포항~동해 복선전철화 사업이 4000억원짜리로 대폭 축소됐고, 7조원 규모 동해안 고속도로는 타당성 조사 면제 탈락은 물론 추진 가능성을 열어둔 사업 목록에서도 아예 빠졌다.


    전북도에 배정된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8000억원)의 경우는 자동차로 1시간 20분 거리에 무안공항이 있다. 누가 봐도 불필요한 중복 사업이다. 무안공항조차 이용객이 수용 능력의 10%에도 못 미쳐 적자 덩어리가 됐는데 인근에 또 공항을 짓는다고 한다. 국정(國政)의 최소한 요건마저 팽개쳤다. 경제성·사업성 없는 지역 민원사업에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퍼붓는 이유는 '지역 균형 발전'이란 명목 아래 세금으로 표를 사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시작부터 정치적 색채가 뚜렷했다. 김 경남지사를 비롯한 친문 단체장이 공동으로 '1시·도 1타당성 조사 면제'를 건의하자, 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이를 수용하겠다고 화답해 절차가 진행됐다. 미리 짠 수순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총리, 여당 대표는 지역 방문 때마다 타당성 조사 면제를 언급해 전국에 건설사업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탈락한 지역에선 반발하며 항의 시위를 예고하는 등 벌써부터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 세금을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이 정부는 이미 54조원 일자리 예산을 모래 위에 물 붓듯 증발시켰다. 세금 나눠 주는 '현금 복지'는 2년 새 10조원 늘렸다. 이제  는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최소한의 장치인 타당성 조사마저 무력화시켰다. 이런 추세라면 이 정부 5년간 누적 적자가 179조원에 달해 이명박(99조원)·박근혜 정부(111조원)를 크게 뛰어넘을 것이다. 세금은 항상 잘 걷히는 것이 아니다. 경기가 나빠져 세수가 줄어드는 시점이 오면 이 모든 사이비 국정이 눈덩이처럼 국민 부담으로 덮쳐오게 될 것이다.

  • [사설] 무더기 ‘SOC 예타’ 면제, ‘이명박 4대강’과 뭐가 다른가


    * 출처 : 경향신문 (2019. 1. 29)


    정부가 24조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향후 5년간 175조원을 투입하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예타는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우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사전에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다. 정부는 예타 면제의 이유로 국가균형발전을 꼽았다. 지방의 낙후지역은 인프라투자가 절실하지만 인구가 부족하고 사업타당성이 떨어져 예타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생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칫 명분과 실리를 다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이번 조치는 “건설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일본의 ‘사회간접자본(SOC)을 통한 부양책’을 실패로 단정하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을 잊으면 안된다.


    2018년에는 SOC 예산을 2017년(22조원)보다 14% 감액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방발전을 내세워 이런 원칙을 무너뜨리겠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정부 발표를 보면 지방공항 등 과거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유보됐던 사업들이 대거 선정된 데다 지역마다 1~2개씩 분포돼 있어 선심성 사업, 나눠먹기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전형적인 ‘삽질경제’로 비판한 게 현 정부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가 이명박 정부의 토건사업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타 면제 대상에 연구·개발 사업을 포함시켰으며,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환경·의료·교통시설 등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분야 위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예타 면제 대상의 82.6%에 해당하는 16개 사업(사업비 20조원)이 도로·철도·공항 등 토목사업에 집중돼 있다. 프로젝트의 중심이 SOC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고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해보겠다는 정부의 뜻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4%를 기록한 것이 연간성장률을 끌어내린 주범이며, 올해도 건설경기 부진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OC 투자가 단기간에 성장과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타를 통과하고도 애물단지가 된 사업들이 부지기수란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하물며 예타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그런 사업을 추진하면 머지않아 국민의 손해로 돌아온다.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겠다면 단기부양에 몰두할 일이 아니다. 숙고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장기대책을 마련해 계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사설] 총선용 인기영합 의심받는 ‘예타 면제’ 강행할 건가


    * 출처 : 중앙일보 (2019. 1. 29)

     

    청와대가 오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고속도로·내륙철도·공항 등 33건 61조2500억원 규모 사업들이 그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에 대규모 공공인프라 사업을 해야 되는데,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은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예타 면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24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선 “광역단체별로 1건씩” 예타를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주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예비타당성(제도) 자체를 합목적적으로 고치려고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장단을 맞췄다.


    예타 면제의 명분은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 회복 드라이브다. 지방 경기가 서울보다 더 부진하고 전국적으로 고용 상황이 최악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목표를 꼭 예산 사업의 예타 면제라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예타는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최소한의 ‘브레이크’이기 때문이다. 예산 규모 500억원 이상의 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를 미리 따져보자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이를 면제하자고 앞장서니, 예산 집행의 기본 원칙을 대놓고 저버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 예타를 받지 않고 추진됐던 사업들 상당수가 엄청난 국고 부담만 남기고 실패했다. 2009년 4대 강 사업, 2010년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건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60조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예타를 면제했다. 그 결과로 남은 건 가뭄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녹조라테’라는 비판만 받는 4대 강과 폐허나 다름없는 F1 경기장이다.


    지방공항 등 예타를 거친 사업 중에도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고 이용자가 적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타 면제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모은 나랏돈을 특정 정치세력이 대놓고 나눠먹자는 것에 다름 없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퍼주기’라는 의심도 당연히 피할 수없다.


    청와대가 예타 면제 사업을 어느 정도 규모로 확정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면제금액이 최소 19조7047억 원에서 최대 41조5169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이미 예타 면제를 해준 29조 원을 합하면 이명박 정부 때의 예타 면제 규모에 버금갈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시절 정부가 SOC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토건 국가’라고 비판했다. 대선 때는 경기부양을 위한 토목사업은 벌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정부가 원칙을 훼손한다면 앞으로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의문스럽다. 중앙의 재정 건전성이 속절없이 무너져 지방 자치단체의 기강해이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타 면제 사업은 적을수록 좋고, 선정되는 사업도 명확한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 [사설] ‘세금 낭비’ 우려되는 무더기 ‘예타 면제’


    * 출처 : 한겨례신문 (2019. 1. 29)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23개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사업으로 의결했다. 예타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의 경우 사전에 타당성을 검증해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불필요한 사업으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는 예타 면제 명분으로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들었다. 무엇보다 지역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 사업이 바로 착수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사업 진행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 세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들어오면서 2021년까지 고용 사정이 매우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1년까지 20만명가량의 추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의결한 예타 면제사업 규모는 애초 예상했던 최대 42조원 규모에 비해선 많이 줄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또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 수도권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했다.


    그럼에도 예타를 거치지 않은 사업을 무더기로 추진하면 애초 기대했던 지역경제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타를 통과한 사업 가운데도 추진 과정에서 사업성이 떨어져 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업이 적지 않은데, 예타를 거치지 않은 사업은 그럴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사업비 9700억원이 들어가는 새만금국제공항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부근에 군산공항이 있는데다 멀지 않은 곳에 국제공항인 무안공항과 청주공항도 있어 사업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예타 면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이번에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이라도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사업 규모의 적정성을 다시 한번 면밀히 따져보고 사업 계획을 꼼꼼히 수립하는 게 절실하다. 또 이번 기회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행 예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구 규모가 중요한 결정 변수인 현재 기준으로는 지역 사업의 경우엔 타당성을 충족하기가 어렵다. 당장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국가 균형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추진할 수 있도록 면제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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