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

2019년 경제정책방향 (18.12.17)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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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포용성을 강화하여 국민소득 3만불 시대「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 구축

 

  1)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 투자활력 제고, 창업-성장-회수-재도전 지원, 소비・관광 활성화, 수출 경쟁력 강화,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

 

  2)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 핵심규제 혁신, 주력산업 경쟁력・생산성 제고, 신기업・신산업 창출 지원 강화, 서비스산업 획기적 육성 등

 

  3)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소득 지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기반투자 확대, 최저임금・탄력근로 제도 보완

 

  4)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 : 4차 산업혁명 대응, 저출산・고령화 대응, 남북경협 준비 본격화, 중장기 비전과 전략 제시

  • [기고] 부활하는 낙수효과


    김준기 논설위원      * 출처 : 경향신문 (2018. 12. 19)

     

    전조(前兆)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조선 등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인용했을 때다. 보수야당·언론은 “물이 어디서 들어오냐”며 예의 비판의 날을 세웠다. 자동차·조선업은 여전히 어려운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하고 있다는 개탄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언급은 눈 밝은 보수라면 환영했을 표현이다.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는 이론을 연상시켜서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써서 유명해진 이 표현은 이후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 보수 우파 경제계에서 즐겨 인용해 왔다. 세금을 깎아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부자들이나 대기업이 호황을 누리면 경제가 성장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중소기업도 함께 잘살게 된다는 의미다. 위(부유층)에 있는 그릇에 물(소득)이 넘치면 아래(저소득층) 그릇으로 흘러내린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와 같은 애기다. 실제 대기업 밑에 많은 하청 기업들이 있는 자동차·조선업은 이 이론을 적용하기에 맞는다. 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밀물(대기업 중심 성장)’의 중요성을 인정하게 된 것인가.


    그 전조는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는 대기업에 의존해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의도가 짙게 묻어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105층짜리 신사옥 착공과 대기업 건설사들이 참여할 도로·철도·터널·항만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을 통해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 예비타당성 조사 등 각종 규제는 완화될 것이다.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4대 주력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재정·세제·제도적 지원도 약속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중점 추진하겠다는 주요 16개 과제 중 10개가 성장 촉진 정책들이다. ‘대기업’ ‘성장’ ‘SOC’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사라졌던 경제용어들이 부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전환은 낯설긴 하지만 이유는 짐작이 된다. 투자와 고용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이를 빌미로 보수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까지 경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후년 총선이 위험하다. 그러다보니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하고, 이에 가장 유력한 방편인 대기업과 SOC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부 경제지표들이 호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민들의 삶은 나아질까. 안타깝게도 낙수효과의 측면을 본다면 가난한 사람들까지 잘살게 하기는커녕 양극화를 확대하고 결국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반론이 제기된 지 오래다.

    신자유주의의 전도사인 국제통화기금(IMF)조차 2015년 전 세계 159개국을 분석해 낙수효과는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와 영국의 ‘대처리즘’을 시작으로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분 결과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떨어지고 불평등은 심화되면서 끝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멸을 맞았던 역사는 낙수효과의 한계를 생생히 보여준다. 물이 들어오면 큰 배들은 열심히 노를 저어 나가지만 작은 배는 큰 배에 치여 좌초하기 십상이다.


    경제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투자를 유도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은 펼칠 수 있다. 주력 산업의 침체로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당 산업을 지원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살아나도 하청업체들이 원청의 납품가 인하 압박 등 갑질에 시달리면 낙수효과는 없다. 성장을 해도 그 과실이 제대로 된 복지제도를 통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낙수효과는 없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목숨을 걸고 일하는 노동자가 넘쳐나면 낙수효과는 없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활력 제고 방안에는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낙수효과에 귀의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 동서고금에서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층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왔던 전략이 통했을지도 모른다. 불평등 연구의 대가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 전략을 “극단적인 불평등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는 이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주로 달려 있다. 가령 부자들이 더 많이 벌지 못하도록 막으면 사회의 가장 궁핍한 구성원들에게 불가피하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불평등이 정당화될 경우, 소득의 집중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정리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문재인 정부가 왜 탄생했는지, 그래서 추구해야 할 목표와 가치가 무엇인지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

  • [기고] 외국인 투자자의 문대통령 평가


    박일근 경제부장    * 출처 : 한국일보 (2018. 12. 19)

     

    “사회주의자(소셜리스트)인줄 알았는데 공산주의자(코뮤니스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최근 해외에서 기업설명회를 연 임원 A씨가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받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깜짝 놀란 A씨가 그 이유를 물었다. 오랫동안 한국 기업에 투자해 온 이 외국인은 가장 대표적인 예로 현 정부 출범 후 계속된 카드 수수료 인하를 들었다. 지난달 발표된 카드 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연 매출 5억~10억원 일반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내달 말 평균 2.05%에서 1.40%로 조정된다. 카드 업계에선 이번 수수로 인하로 총 1조4,000억원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외국인 투자자는 통신료 인하와 대출ㆍ금리 규제 등도 또 다른 사례로 들었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개방 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에선 경계해야 할 일이다. 시장 가격을 잘못 건드리면 더 큰 부작용이 따른다는 사실은 역사가 잘 보여준다. 프랑스 혁명 당시 반값 우유 정책이 오히려 젖소 사육 감소로 이어져 우유 가격만 치솟게 한 게 유명한 예다. 분양가 규제가 로또 아파트 광풍을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카드 수수료를 낮춘 것에 대해서도 외국인 투자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너무 많은 게 문제이고 이는 전통 제조업의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이들이 새로운 일터를 찾지 못하면서 궁여지책으로 개업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카드 수수료가 근본 원인이 아니란 얘기다. 일부 북유럽 국가처럼 엄격한 심사를 거친 경우에만 자영업 허가를 내주는 등 더 이상 자영업이 늘지 않게 관리해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정책을 내 놓은 셈이다. 더구나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은 적잖은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일각에선 그 규모를 1만명 수준까지 보고 있다. 한쪽만 본 외눈박이 정책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앞으로 이러한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가늠하기 힘들고 정책의 일관성도 안 보인다는 데 있다. 독과점이 횡행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금융은 어느 나라나 당국의 규제가 심할 부문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현 정부 금융 정책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게 외국인의 토로다.


    결국 외국인은 한국 금융주를 내다 팔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0월 4조원의 상장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70%도 넘던 일부 시중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어느새 60%대로 주저 앉았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 주가 순자산 비율(PBR)은 모두 1배 아래이고, 0.5배 수준까지 추락한 곳까지 생겼다. 은행을 지금 당장 청산해도 주가의 2배는 받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우리나라 금융주가 외면받는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 은행 수익도 좋아질 것이란 예상보다 당국이 은행 수익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경제 정책이 시장에 좀 더 우호적인 쪽으로 선회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애로를 해소하기로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업 투자 유도’의 성과를 위해 또 다른 방식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제발 좀 가만히 놔 두면 좋겠다”는 게 재계의 솔직한 심정이다. 2019년이 전환점이 돼 현 정부 후반기엔 문 대통령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가 이렇게 바뀌길 기대해 본다. “알고 보니 따뜻한 시장주의자였다.”

  • [사설] 낙제정책 10개 중 7개가 경제, 이제 ‘경제실험’은 그만


    * 출처 : 동아일보 (2018. 12. 20)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낙제점을 받았다.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2018 대한민국 정책평가’에서 전체 40개 정책 중 10개가 5점 만점에 3점 미만이었다. 이 중 가계부채 관리, 규제개혁, 도시재생 뉴딜사업, 청년일자리 대책, 재생에너지 정책, 주택시장 관리,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7개가 경제 분야다. 지난 1년 반 동안 추진한 경제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이번 결과는 올해 5∼11월 경제와 사회복지, 교육문화, 외교안보 등 4개 분야에 대해 2200명의 일반인 및 전문가 설문, 정부학연구소의 최종적인 정성적 분석을 거쳐 나왔다. 최하점(2.48점)을 받은 소득주도성장처럼 11년 만에 소득 격차가 최대로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명백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급등으로 숙박 음식점 도소매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30여만 개 사라지고 기업의 설비투자는 5년 만에 줄고 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임금수준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성장률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18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제2의 폐족이 오고 민심은 싸늘해질 것”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경제정책의 부작용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도 산업정책 부재에 대해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고 반성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서울 창동 케이팝 공연장 등 민간기업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혁신성장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정책이나 대통령의 자성만으로는 우리 경제 상황이 바뀔 수는 없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경제실험은 지난 1년 반으로 충분했다. 이젠 지지층은 물론이고 이해관계자의 반대를 설득해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로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정책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 [사설] 정책 중심축 옮긴 ‘J노믹스’, 내년 국민체감 성과 내야


    * 출처 : 한국일보 (2018. 12. 18)

     

    정부가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같은 수준인 2.6∼2.7%로 유지하고, 일자리는 올해보다 5만개 늘어난 15만개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등 4개 영역을 중심으로 16개 핵심 과제를 추진한다.
     

    정부는 상반기 중 ‘6조원+α’ 규모의 기업프로젝트 조기 착공을 지원키로 했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1조6,000억원,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3조7,000억원 등 대형 민간투자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공공투자 프로젝트도 조기 착수키로 했다. 또 경기ㆍ고용 하방 위험에 대응해 재정을 상반기에 61%를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투자 규모도 54조원으로 올해보다 9조5,000억원 늘린다. 숙박ㆍ차량 공유, 보건의료 서비스 등에서 규제를 일부 풀기로 했다.


    1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언급이 없고, 경제활력과 투자확대에 잔뜩 무게가 실렸다는 점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망라했으나 내용은 대체로 백화점식 나열이고 정책적 폭발력도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정책의 중심축 이동 만큼은 주목할 만하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 목표가 포용적 성장으로 확실히 이동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단 한 번만 소극적으로 언급됐다. 더욱이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실천 수단이던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보완 의지를 피력한 것은 용기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년간 경제정책의 목표는 정의로웠지만 수단과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성장의 온기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경제활력 제고에 정책방향을 선회한 것은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성과다. 지금 우리는 내부적으로 소비와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외부 환경도 좋지 않은 내우외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어떤 정권도 경제와 민생에 실패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지지율 하락 추세를 뒤집지 못하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이 쉽지 않다. 포용 정책은 견지하되 잘못된 수단은 과감하게 보완해 경제의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내년은 진정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딛고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설] 내년 경제정책 4대 과제가 '희망 고문' 돼선 안 된다


    *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8. 12. 18)

     

    정부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는 어제 처음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정부는 내년도에 추진할 네 가지 큰 방향의 경제정책 과제와 함께 ‘16대 중점 추진과제’도 제시했다.
     

    정부가 내건 내년도 경제정책 과제는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 네 가지다. 이 슬로건 아래 다양하게 나열된 정책과제들에는 기대를 갖게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강조된 정책의 제목만 보면 과거 보수·우파 정부 때의 것을 다시 꺼내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투자 확대와 경제활력 제고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게 스며들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책 변화에 대한 다소간의 기대와 함께 의구심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늦어도 한참 늦은 일련의 투자활성화 방안들이 범여권 내부의 저항을 극복하고 지지기반의 반대까지 돌파해 하나하나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노조 세력을 비롯해 좌파성향의 사회단체, 여당 내 반(反)시장 강경파, 정치인 장관들에 의한 부처 할거주의 등 문 정부가 극복해야 할 내부의 벽은 높고 두텁다. 공유경제 사업, 원격의료 서비스 등 구두선에 그친 몇몇 규제완화 시도를 돌아봐도 그렇다.


    불황에 경영권 방어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기업들을 투자에 적극 나서게 하려면 규제 혁파에 대한 좀 더 강력한 의지 천명과 함께 섣부른 상법·공정거래법 개악을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개혁 과제인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서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목되는 언급을 했다. 말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필요한 조치가 신속하게 따라줘야 한다. 빠를수록 정책 효과도 있을뿐더러, 정부 정책이 신뢰를 더해 갈 때 경제 주체들도 마음을 열고 뛸 수 있다.


    요즘 생산과 투자, 성장과 고용, 소비 등 경제지표에서 좋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최소한 내년 한 해만이라도 정책 전환을 제대로 해보기 바란다. 당장 급해졌다고 제한적 규제 완화를 내걸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 슬로건을 움켜쥔 듯한 모습이 불안하다. 이것저것 모두 잡겠다는 식이어서는 성장력 복구도, 분배 개선도 다 놓치기 십상이다. “현장을 챙기겠다”고 역설해 온 홍남기 경제팀이 각별히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재정 확대는 계속 이어갈 수도 없거니와 정책 전환 없이는 정부가 예상한 내년 2.6~2.7% 성장조차도 기대난망이다.


    오랜만에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이 수사(修辭)나 청사진으로 끝나면 기업에도, 가계에도, 청년 취업준비생에게도, 일터에서 밀려나오는 베이비부머 장년세대에게도 ‘희망고문’이 될 뿐이다. 희망이 다시 절망이 돼선 안 된다. 그때는 나라 경제가 되돌리기 어려운 위기에 빠질 것이다.

  • [사설] 뒷북 확대경제회의와 저성장 탈출 非常대책 시급성


    * 출처 : 문화일보 (2018. 12. 17)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은 물론 성장률 하락과 일자리 절벽, 기업의 어려움 등 전방위 경제난이 가중됐음을 고려할 때, 이제서야 이런 회의를 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고 관련 논의도 했다는데, 새해 시작이 열흘 남짓 남은 시점이어서 이런 ‘뒷북 회의’가 없다. 그래도 문 대통령이 “내년에는 경제정책 성과를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며 정부를 다잡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정부는 내년엔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해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혁신 지체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저하할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은 올해와 비슷한 2.6∼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저성장 고착화를 시사하는 비상(非常) 국면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걸림돌이 된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민간 자본에 공공시설 사업을 전면 개방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16개 과제를 제시했다. 1년 전에 ‘일자리·소득주도성장’에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경제활력 제고와 기업 투자 촉진을 앞세웠다. 일단 바람직한 접근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0.9%나 또 오르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긴 사업자에 대해선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계도기간 연장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의 혼란은 이미 심각하다. 기업을 옥죄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친(親)노동정책으로 기업 하기가 더 어려워져 해외 이전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대증(對症)요법을 넘어 근원적 대책을 시급히 내놔야 한다. 문 대통령도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서민·소상공인·자영업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며,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산업·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친시장·친기업 정책으로의 전환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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