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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꼰대로 변하는 韓관리자 ‘고수’ 키워야 기업 산다
- 김기찬 위원 -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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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카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 출처 : 매경이코노미 (2018. 12. 5)


최고 전문가라도 나이가 들면 한낱 연로한 노인에 불과하다. 과거 경험과 기술은 사라지고 후배에게 부담을 주는 잔소리꾼이 된다. 이를 조롱해 젊은이들은 꼰대라 부른다.
심각한 노령화, 그리고 전문가 없는 중소기업 문제의 해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경험을 축적해 ‘고수’로 성장할 조직원을 비용과 복지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관행을 해결해야 한다. 고수는 암묵지 축적의 결과다. 과거 경험이 ‘축적의 시간’을 지나면 고수의 길로 접어든다. ‘기능장·명장·엔지니어·요리사·달인·마이스터’ 등이 그들이다. 나이가 들어도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이런 모델이 바로 유럽 노동복지(workfare) 모델이다. 이는 사회복지(welfare) 모델과 대비된다. 사회복지는 사람에 대한 복지 지원이 비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노동복지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 고수를 길러내는 투자이자 이익 원천이 된다. 단기적으로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 성과를 만드는 투자가 돼 선순환 복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우리나라 조직에서는 40세 이상이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없어지고 관리자로 변한다. 관리자는 실무보다 수익과 사람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암묵지 축적이 어렵고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 발전하기 어렵다.

또한 관리자는 조직과의 협상에서 항상 ‘을’이 된다. 관리자로서 잠시 권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된다.
반면 일본 소상공인이나 독일 가족기업은 우리나라와 달리 장수기업이 많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오래된 장수기업이 2만5000개가 넘는다. 200년 이상인 기업은 4000개에 달한다. 이들을 ‘노포(老鋪, 시니세)’라고 부른다. 노포는 오랜 역사를 두고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점포를 말한다. 겉으로는 평범한 빵집이나 공구점처럼 보이지만 기술 전문가 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히든 챔피언’이라 부르는 독일 강소기업도 오랜 경험 축적으로 탄생했다. 이들 기업은 가족 세대를 이어가며 기술을 전수하고 개발해나간다. 한국에 23개밖에 없는 히든 챔피언이 독일에는 1300개나 된다. 독일 히든 챔피언 평균수명은 60년 이상이다. 대부분 해당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는 강소기업으로서 평균 세계 시장점유율 33% 이상이다. 이 중 3분의 1은 100년 이상 장수한다.

노포와 히든 챔피언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비즈니스 모델은 지나치게 장비 중심으로 생산성에 의존한다. 사람은 비용이고 원가를 관리하는 관리자만 양산한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원로가 아니라 연로가 되고 기술 축적이 어려워진다.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이 취약해진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은 장비가 아닌 사람 중심 기업이 주류라는 점이 다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대한민국은 고수가 길러내는 사람 중심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구조조정하고 장비 중심 생산력에 의존하는 모델은 1만달러 시대에 적합하다. 장비는 원가 경쟁력 원천이지만 사람은 제품 차별화의 원천이다. 노포나 히든 챔피언이 장수하는 힘은 경험을 축적한 고수인 사람의 장인정신에서 시작된다. 최저임금 중심의 사람 중심 경제 논의는 낮은 길(low road)이라 사람 투자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사람 능력을 개발하고 기술 진화에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고수를 만들어가는 높은 길(high road)의 사람 중심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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