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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로스앤젤레스의 변신이 말하는 것
- 성태윤 위원 -

2018.11.01

조회수 24


[세상읽기] 로스앤젤레스의 변신이 말하는 것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18. 11. 1)

세계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 뉴욕, 그 가운데서도 핵심적인 곳이 맨해튼이다. 허드슨강의 맨해튼섬을 중심으로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글로벌 금융회사들 본점과 주식거래소가 자리 잡고 있고, 금융회사 외에도 미국 주요 기업들 본사가 위치하며, 심지어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처럼 테크놀로지 기업들까지 활발하다. 또한 컬럼비아대와 뉴욕대 등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캠퍼스도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경제활동이 좁은 지역 내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인구밀도가 높아 맨해튼은 세계적인 고층 건물이 밀집한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맨해튼과 뉴욕시를 중심으로 미국 동부 경제의 핵심권역에 뉴욕주(州)가 있다면 서부 경제의 중심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면적이 워낙 커서 그렇기도 하지만 실제로 경제와 인구 규모만 보면 캘리포니아주가 뉴욕주를 넘어선다.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서는 인구가 가장 많아 2017년 기준 40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반면, 뉴욕주는 캘리포니아주의 절반인 2000만명이다. 경제 규모 역시 캘리포니아주가 2017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약 2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뉴욕은 약 1조5000억달러로 캘리포니아의 절반을 약간 웃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대표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의 도심 풍광은 맨해튼과 사뭇 다르다. 뉴욕 맨해튼이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 빌딩의 높은 숲이라면 로스앤젤레스는 도심이라도 낮은 건물들이 넓은 지역에 펼쳐진 평원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로스앤젤레스 도심에도 최근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이 100년래 최고의 건축 경기라고 불릴 정도로 주택 및 부동산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도심에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건물들 사이를 자동차가 다니며 도보 행인을 찾아볼 수 없었던 과거 풍경에서 벗어났는데, 특히 도심은 뉴욕 맨해튼처럼 거리를 걸어다니는 젊은 전문인과 직장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로스앤젤레스가 맨해튼이나 뉴욕처럼 되고 있다고 표현한다.

로스앤젤레스 도심을 포함한 전체적인 변화의 핵심에는 미국의 경기 회복과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활발한 경제활동을 배경으로 하는, 특히 젊은 전문인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잠재적인 고소득 인구 유입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 결과 단순 건설노동자도 구하기 어려워 노임이 급등할 정도로 전반적인 일자리 사정까지 개선되면서 임금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모습은 경제성장의 원천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정책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은 2018년 기준 11달러다. 미국의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6만달러 정도로 3만달러 수준인 우리에 비해 두 배 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캘리포니아의 최저임금은 그렇게 높다고 볼 수 없다. 즉 최저임금을 높여 경제가 성장한 것이 아니라, 경기 활황에 따라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을 포함해 전체적인 임금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그랬던 것처럼 주요 명문 대학과 연구개발 거점을 중심으로 창업과 혁신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고, 그 결과 로스앤젤레스 자체의 경기 회복으로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며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함에 따라 전문적인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활발해지면서 비단 혁신기업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산업들과 일자리 역시 되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의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곳 인력이 새로운 지역을 찾아 떠나며 로스앤젤레스 지역으로 유입되는 것 역시 한몫하고 있다.

결국 경제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성장의 원천은 혁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의 출현과 이를 위한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력의 유입이야말로 성장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성장정책을 설계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을 로스앤젤레스의 변화는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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