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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持久戰’으로 가는 미·중 무역분쟁
- 정영록 위원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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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持久戰’으로 가는 미·중 무역분쟁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경제학)   * 출처 : 문화일보 (2018. 10. 10)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4일,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자 장비에 스파이 기기를 몰래 장착, 핵심 기업체 감시는 물론 정보기관 침투까지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주가와 환율이 출렁여서 우리 금융시장을 긴장시키는 중에 나온 보도여서 우려가 더 크다. 우리 중국 투자 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 발전에 브레이크가 걸려 수요가 급감하는 것도 문제다. 

사실 미·중 무역분쟁은 역사가 오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전신인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 가입하려던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제재 카드가 동원됐다. 우선은 중국의 버티기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 연말이면 중국이 미국의 항공기나 농산물을 통 크게 사줌으로써 극적으로 타결되곤 했다. 하지만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부터는 달라졌다. 트럼프의 전략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중국은 1970년대 말 개방정책 채택 때부터 무역선 다변화에 주력해왔다. 2001년 WTO 가입과 함께 세계적 다국적 업체들이 중국에 투자한 결과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급등, 세계 1위 무역국으로 등장했다. 한때 대미 수출의존도도 20%를 넘었었다. 최근 가공선을 일부 아세안 지역 등으로 옮기기는 했다. 하지만 워낙 중국 내에 구축된 공급 체계가 탄탄해 최대 무역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현재 대미 수출의존도는 20% 밑으로 안정화돼 있다. 특히, 오는 11월 초 상하이에서 세계수입박람회를 개최, 세계적인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역 분쟁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미국은 1980년대 대일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일본을 대대적으로 압박한 적이 있다. 급기야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의 대미 환율을 70% 정도까지 올리는 극약처방도 내렸다. 대일 무역수지는 큰 개선이 없었다. 결국, 무역 거래는 세계 생산 체계상 분업 구조의 일환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미·중 무역 분쟁도 다양하게 분석된다. 경제 회복을 위해 희생양이 필요하다. 너무 커 버린 중국을 때리는 것이다. 또한, 미·북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북한의 생명선인 중국을 압박할 필요도 있다. 물론 11월 치러질 중간선거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한 국내정치용으로도 유효하다. 3차 방정식 이상을 풀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중국도 이를 잘 인식, 극한 대립은 피하려 한다. 트럼프의 재임에 대비, 시진핑 주석의 임기 연장 길을 터 두었다.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미국통인 왕치산 부주석과 류허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타협의 접합점을 찾는 노력도 해온 바 있었다. 하지만, 뾰족한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다. 

미국의 제재도 정작 시장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 트럼프 취임 이후 지난 8월까지 20개월간 중국의 대미 수출을 분석해 본 결과, 금액의 급격한 변화는 없다. 오히려 대미 수출 증가율이 전체 증가율보다 20개월 내내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미국 시장 내 중국 제품에 대한 입지는 확고하다. 항공기·농산물 업체들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도 물밑 접촉을 지속하면서 지구전(持久戰)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이번 11월 중간선거가 파국으로 치닫느냐의 일차적 기로가 될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미·중 양국 가운데 한 나라를 택해야 하는 파국을 어떻게 방지할지에 예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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