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대외경제

무역 통상 정책

20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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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념과 정책방향

 

정부는 보호무역 및 자국우선주의의 확산,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응하고, 나아가 혁신적‧포용적 성장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新통상전략(‘18.4월)을 수립‧추진해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22년까지 수출 약 7,900억불 수준에서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4강을 달성한다는 목표 하에 첫째, 우리 경제와 밀접한 미국‧중국(G2)과의 통상관계를 재정립하고, 新북방‧남방 중심으로 다변화해나갈 계획이다. 둘째, CPTPP에 대한 가입 여부 논의와 함께, 미국이 재가입한 新TPP-12 출범 가능성을 고려한 two-track 접근 등 TPP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을 할 계획이다. 셋째,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 시대에 맞는 전략과 새로운 규범 논의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디지털 통상을 선도해나갈 계획이다.

 

□ 관련 주요 정책

 

 ㅇ 산업부, 탈세계화‧전방위적 보호무역주의 대응방향으로 3대 전략 발표 (‘17.8.24)  

    - (3대 추진전략) ①원칙에 입각하여 주요국 보호무역주의에 당당히 대응, ②신흥시장과의 포괄적 경제협력 강화로 수출시장 저변 확대, ③통상‧산업 연계로 신산업 트렌드에 부합한 통상정책 전환

 

  ㅇ 문재인 대통령, 한중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 통해 “새 25년을 향한 한중 경협 방향” 발표(‘17.12.14)  

    - (3대 원칙) ①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강화, ②양국의 경제전략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협력, ③양국 국민간 우호적 정서를 통한 사람중심 협력  

    - (8대 협력방향) ①안정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②교역분야 다양화와 디지털 무역으로 양국 교역의 질적인 성장 도모, ③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미래 신산업 협력 강화, ④벤처 및 창업 분야 협력 확대, ⑤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⑥환경분야 협력 강화, ⑦인프라 사업에 대한 제3국 공동진출, ⑧사람중심의 민간 교류‧협력 활성화

 

  ㅇ 한-중미 FTA 정식 서명(‘18.2.21)

 

  ㅇ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개시(‘18.3.22~23)

 

  ㅇ 한미 FTA 개정협상 원칙적 합의 도출(‘18.3.26)  

    - 협상범위 최소화로 한미 FTA 개정협상을 신속히 타결

 

  ㅇ 미국 철강 232조 관세부과 한국 면제 합의 도출(‘18.3.26)  

    - 한미 양국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국가 면제하는 데 합의하고, ‘15~’17년 수출 물량 기준 70% 쿼터 확보

 

  ㅇ 산업부 통상교섭본부, 신통상전략 발표(‘18.4.5)  

    - ‘22년 약 7,900억불 수준에서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4강 달성 목표를 제시한 신통상전략 발표   

     - (i) G2와의 통상관계 재정립 및 신북방‧남방 중심 다변화, (ii) TPP에 대한 전향적 접근, (iii)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 선도 등을 통해 구현

 

  ㅇ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TA) 협상 개시 선언(‘18.5.25)

 

□ 관련 보도자료·보고서

 

  (1) 정부 보도자료

 

    1) 각국 보호무역 조치에 적극 대응키로(‘17.6.28, 산업부)  

       - 민관 합동 제14차 비관세장벽협의회 및 제4차 수입규제협의회 개최

 

    2) ‘22년까지 중소‧중견기업 무역보험 65조원 지원(’17.7.7, 산업부)  

       - “국민과 기업들에게 신뢰받는 무역‧투자‧금융‧안전망”이라는 비전하에 향후 5년을 향한 ‘중장기 무역보험정책 추진방향’ 발표

 

    3) 산업-통상간 연계 강화를 통해 수출회복세 지속 도모(‘17.7.18, 산업부)  

       - 주요 업종 수출점검회의를 개최, 수출동향 점검 및 산업-통상간 연계 강화방안, 수출관련 업계 애로사항 및 해결방안 등 논의

 

    4) RCEP 제19차 공식협상 개최(‘17.7.24, 산업부)

 

    5)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수출점검회의 계기 탈세계화‧전방위적 보호무역주의 대응방향으로 3대 전략 제시(‘17.8.24, 산업부)

 

    6) 한-ASEAN FTA 추가자유화 및 RCEP 협상 가속화(‘17.9.11, 산업부)  

      - 통상교섭본부장은 아세안 관련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한-아세안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한-ASEAN FTA 및 RCEP 등 역내 자유무역협상 진전방안 모색

 

    7) 대중 통상현안 해소를 위해 범부처 대응체계 강화키로(‘17.9.13, 산업부)  

      - 사드 4기 임시 배치(9.7) 이후 범부처 및 지원기관 합동으로 열린 첫 ‘한중통상점검 TF'로 ①최근 대중 통상 동향, ②사드 관련 중측 조치 해소를 위한 대응방안, ③중국 현지진출기업 및 대중 수출기업을 위한 범부처 피해지원 이행상황 점검 및 추가 지원대책 등 논의

 

    8)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3차 개선 협상 개최(‘17.9.21, 산업부)

 

    9) 새 정부 흔들림 없는 외국인투자정책 추진(‘17.9.26, 산업부)

 

    10) 거세지는 보호무역 조치에 민관이 적극 대응키로(‘17.9.29, 산업부)  

        - 민관합동 제5차 수입규제협의회, 제15차 비관세장벽협의회 개최

 

    11) 정부‧업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세탁기 세이프가드 산업피해 판정에 적극 대응키로(‘17.10.11, 산업부)  

         - 미국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합동대책회의 개최

 

    12) 정부‧업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세탁기 세이프가드 판정에 적극 대응(‘17.10.19, 산업부)  

        - 10.19. 국제무역위원회(ITC) 세탁기 세이프가드 공청회 참석하여 대응

 

    13) 한-중미 FTA 기술회의 개최(‘17.10.23, 산업부)  

        - 한-중미 FTA 정식 서명 가시화

 

    14) RCEP 제20차 공식 협상 개최(‘17.10.24, 산업부)

 

    15)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 개최결과(‘17.11.10, 산업부)

 

    16) WTO 한-미 유정용 강관 반덤핑 분쟁 주요 쟁점에서 한국 승소(‘17.11.15, 산업부)

 

    17) 한미 FTA 개정 관련 제2차 공청회 개최 결과(‘17.12.1, 산업부)

 

    18) 미국 태양광 셀‧모듈 세이프가드 피해 최소화 노력 경주(‘17.12.7, 산업부)

 

    19) 브렉시트 이후 한-영간 새로운 통상관계 방향 모색(‘17.12.12, 산업부)  

        - 한-영 무역작업반 제2차 회의 개최

 

    20) 산업부,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계기 한중 산업·에너지·통상 분야 협력 강화 기반 마련(‘17.12.14, 산업부)  

       - 양국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정부간 MOU 5건, 민간 MOU 19건 체결

 

    21) 한-인도 CEPA 4차 개선 협상 개최(‘17.12.20, 산업부)

 

    22)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공청회 개최 결과(‘18.1.5, 산업부)

 

    23) 제1차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18.1.6, 산업부)

 

    24)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 추진 관련 공청회 개최(‘18.1.12, 산업부)

 

    25) WTO 한-미 유정용 강관 반덤핑 분쟁 결과 최종 확정(‘18.1.15, 산업부)  

        - 주요 쟁점에서 한국 승소

 

    26) 한국과 유럽연합(EU), 국제 보호무역주의 공동 대응키로(‘18.1.20, 산업부)

        -「제7차 한-EU 무역위원회」(1.19, 벨기에 브뤼셀) 개최

 

    27) WTO 한미 세탁기 분쟁관련 양허정지 요청(‘18.1.23, 산업부)

 

    28) 미국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 결정 관련 양자 협의 요청(‘18.1.24, 산업부)

 

    29) 글로벌 공조를 통해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키로(‘18.1.27, 산업부)  

        - 통상교섭본부장, WTO 통상장관회의 및 다보스 포럼 참석 결과

 

    30) 제2차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18.2.1, 산업부)

 

    31) RCEP 제21차 공식협상 개최(‘18.2.5, 산업부)

 

    32) 불리한 가용정보(AFA) 적용 미국 반덤핑‧상계관세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절차 회부(‘18.2.14, 산업부)

 

    33) 미국 상무부의 철강수입 안보영향 조사 적극 대응(‘18.2.17, 산업부)  

       - 산업부 장관, 미 상무부 232조 발표 대응 민관 합동 대책회의 개최

 

    34) 아시아 최초 중미와 FTA 체결, 중미시장 선점한다(‘18.2.21, 산업부)  

       - 한-중미 FTA 정식 서명

 

    35) 한-이스라엘 FTA 제6차 협상 개최(‘18.3.13, 산업부)

 

    36) 중국 지방정부와의 경제협력채널 본격 재가동(‘18.3.15, 산업부)  

        - 제2회 한-산동성 경제통상협력 교류회 개최

 

    37) 한미 FTA 제3차 개정협상 결과(‘18.3.17, 산업부)

 

    38) 제1차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개최(‘18.3.22, 산업부)  

       - 한-중 경제‧통상협력 관계 고도화를 위한 논의 본격 개시

 

    39) 한미 FTA 개정협상 원칙적 합의도출, 미국 철강 232조 관세부과 한국 면제 합의(‘18.3.26, 산업부)

 

    40) 한중 산업협력단지 관련 한중 협력채널 재가동(‘18.3.30, 산업부)

 

    41) 산업통상자원부, 미중 무역분쟁 관련 업계 간담회 개최(‘18.4.12, 산업부)

 

    42) 산업부 장관, 방미를 통한 미래 지향적 경제 협력 방안 논의(‘18.4.18, 산업부)

 

    43) 산업부, WTO 세이프가드‧반덤핑 위원회 계기 미국‧EU의 경쟁적 보호무역 조치에 문제 제기(‘18.4.26, 산업부)

 

    44) RCEP 제22차 공식협상 개최(‘18.5.4, 산업부)

 

    45) 미국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 WTO 분쟁해결절차 회부(‘18.5.14, 산업부)

 

    46) 한-중 산업장관회의 개최 결과(‘18.5.25, 산업부)  

        - 한중 관계 복원 이후 최초의 산업협력 고위급 대화 재개하여, 자동차, 로봇, 생태산업개발, 디스플레이 4개 분야 협력 촉진 합의

 

    47)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개시(‘18.5.26, 산업부)

 

    48) APEC 통상장관회의, 다자무역체제 및 디지털 무역 논의(‘18.5.26, 산업부)

 

    49) 한-인도 CEPA 제5차 개선 협상 개최(‘18.5.29, 산업부)

 

    50) 한국 소비재, 글로벌 시장 공략 본격 추진(‘18.6.4, 산업부)

 

    51) 한국 산업부-중국 상무부,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키로(‘18.6.6, 산업부)

 

    52) 미국 자동차 232조 관련, 정부의견서 제출(‘18.6.29, 산업부)

 

    53) 산업부장관,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 개최(‘18.7.6, 산업부)

       - 미중 상호관세부과에 대한 업계 영향 및 대응방안 논의

 

    54) 제2차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개최(‘18.7.11, 산업부)

 

    55) 산업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한 본격대응체제 가동(‘18.7.11, 산업부)

 

    56) 산업부, 미국·중국 통상문제 본격대응(‘18.7.12, 산업부)

 

    57)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합동 총력 대응(‘18.7.22, 산업부)

 

    58) RCEP 제23차 공식협상 개최(‘18.7.23, 산업부)

 

    59) FTA 네트워크, 멕시코까지 확대된다(‘18.7.25, 산업부)  

       -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 협상, 빠르면 연내 개시 전망

 

    60) 한-터키 FTA 서비스‧투자 협정 발효(‘18.8.1, 산업부)

 

    61) 한-러시아 서비스‧투자 FTA 협상 공청회 개최(‘18.8.7, 산업부)

 

    62) ‘새로운 통상 이야기’ 홍보 만화 발간(‘18.8.16, 산업부) 

 

    62-1) '새로운 통상 이야기‘ 홍보 만화

    63)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제1차 협상 개최(‘18.9.11, 산업부)

 

    64) 미중 무역분쟁 대응 민관합동 실물경제 대책회의 개최(‘18.9.20, 산업부)

 

    65) 제29차 통상조약 국내대책위원회 개최(‘18.9.21, 산업부)

 

    66)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문서 서명(‘18.9.25, 산업부) 

 

    67)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대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옵션형 환변동 보험 지원 연장(‘18.10.1, 산업부)     

    68) 제2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개최(‘18.10.22, 산업부)

 

    69) 제201차 대외경제장관회의 개최(‘18.10.23, 기재부)

          - 최근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 美-中 무역분쟁 및 對美 통상현안 대응방향,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APTA) 제5라운드 추진계획 등 논의

 

     70) WTO 개혁을 위한 통상장관회의 참석(‘18.10.25, 산업부)   

             - 주요국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  

 

   (2) 연구소 발간보고서

 

    1) 최근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에 따른 한국의 새로운 통상정책 방향(‘17.12월, KIEP)  바로가기

 

    2) 세계 무역둔화의 구조적 요인 분석과 정책 시사점(‘18.1월, KIEP) 바로가기

 

    3)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경제의 대변화, 한국산업에 위기인가 기회인가(‘18.4월, KIET)  바로가기

 

  • [시평] WTO 체제 위기는 한국의 위기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경제학)   * 출처 : 문화일보 (2018. 10. 25)
     

    세계무역기구(WTO)가 흔들리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짙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중국 경제의 부상에 따른 미·중 통상 분쟁의 악화, 새로운 형태의 무역 관행 등으로 국제 통상 환경이 혼란스러워지면서, 그나마 국제 통상 질서의 버팀목이던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역시 개선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결과 1995년 출범한 WTO는 세계 경제 질서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1948년 발효됐음에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설립된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른 국제기구와는 달리 무역을 담당할 국제기구는 설립되지 못했다. 1948년 이러한 국제기구를 만들기로 쿠바 아바나에서 합의됐지만, GATT 개별 서명국의 국내 비준 과정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수입을 규제할 권한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미국 의회가 적극 반대했기 때문이다.


    WTO 출범 이후 회원국이 164개국으로 늘었는데도 다양한 형태의 불안 요소가 드러나면서 다자무역체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의 탈퇴 압력은 현재 다자무역체제의 최대 불안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WTO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제어하는 데 비효율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미국이 피소돼 미국의 국내법이 수정 또는 철폐돼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자,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계속 쌓여 왔다.


    WTO는 크게 3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 번째 기능은 다자무역체제의 운영이다. 1948년 발효된 GATT의 이행과 국제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기능이다. GATT는 1994년 수정돼 현재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이 역시 이미 24년이 지나 전자상거래, 생산의 국제 분업 등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이나 무역 관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기능은 다자무역협상이다. 1947년 23개국이 모여 시작된 다자무역협상은 2001년부터 제9차 다자무역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진행 중이나 교착 상태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WTO는 여타 국제기구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가지고 있다. 유엔에서는 세계 5대 강대국이 거부권(veto)을 가지고 있으며, IMF는 기금 참여분에 따라 의결 지분 비율이 결정된다. 이에 비해 WTO는 1국 1표이며 만장일치를 권장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오히려 효율적인 다자무역협상을 저해하고 있다.


    세 번째 기능은 회원국 간 분쟁을 해결하는 기능이다. 1995년 WTO 출범 이후 모두 570건의 분쟁이 발생했는데, 힘이 아닌 양자 협의를 통한 자발적 해결과 다자통상협정에 기초한 규범에 의한 분쟁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해 왔다. 그러나 다자간 협상을 통한 합의의 산물인 다자통상협정을 지나치게 법리적인 해석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법적 해석이 무리한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상소 기구의 사법적 권한이 지나치다고 보는 미국이 임기만료 위원들의 후임 지명을 거부하고 있어 분쟁 해결 기능의 미래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제 WTO 회원국들이 어떻게 WTO를 개혁할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논의는 164개 회원국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최근의 새로운 무역 관행에 대한 규정은 물론 중국의 산업 보조금 및 공기업 정책, 해외 기업의 기술 이전 강요 등에 대한 적절한 규제 역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불식시키기 어렵고 미국을 다시 다자무역협상의 테이블로 데려오기 어려울 것이다.


    다자무역체제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3.1%에 이르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개발 과정에서 다자간 무역자유화의 혜택을 누려 왔으며, 강대국과의 통상 분쟁을 WTO 분쟁 해결 기구를 통해 힘이 아닌 규범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정부는 이 같은 다자무역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WTO 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해 다자무역체제가 개선되고 그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할 것이다.

  • [칼럼] 트럼프의 '중국 봉쇄령'과 한국의 딜레마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8. 10. 24)
     
    도널드 트럼프발(發) ‘중국 봉쇄령’의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타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은 미국이 협정 참여국인 멕시코와 캐나다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한 이 협정 32조10항에 따르면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 중 하나가 비(非)시장경제국과 FTA를 체결하는 경우 다른 두 국가는 3국 간 협정을 종료하고 양자 간 FTA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시장경제국’은 ‘USMCA 서명 시점에 최소한 한 국가가 비시장경제국으로 규정했고 3국 중 어느 국가도 그 국가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바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뒤 NAFTA 개정을 위한 미국 국내 절차를 의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개한 협상의 주요 목표에는 이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다. 올 들어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무역흑자를 대규모로 축소하고 불법보조금을 금지해 ‘중국제조 2025’로 불리는 중국 방식의 기술산업정책을 폐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대립이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풀자”며 시간을 끌자 트럼프는 초강경으로 국면을 전환했다. “숫자는 협상할 수 있지만 시스템은 협상대상이 아니다”는 중국의 높은 벽 앞에서 트럼프는 본격적으로 중국을 국제통상체제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 것이다.

    USMCA의 비시장경제 조항은 그 시작이다. 아직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하지 않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의 향후 무역협상에서 트럼프는 USMCA의 조항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의 협상전술에 말려들어 NAFTA 개정협상에서 배제될 뻔한 캐나다의 여론은 주권 국가의 국내 정치에 간섭하는 이런 조항에 비판적이지만, 힘의 우위에 의존하는 트럼프 통상전략의 위세 앞에선 무력함을 절감하고 있다. 바야흐로 국제통상질서는 미국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중국 편에 설 것인가 양분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의 노림수는 국제통상질서의 근간인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2001년 WTO 가입 후 중국의 무역성장세는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연상케 했다.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다른 국가들과 같은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이젠 미국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

    트럼프와 그의 집행자들은 중국을 WTO에 가입시킨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2001년 당시 중국은 15년 후 비시장경제국 지위가 만료된다는 양해 속에 WTO에 가입했다. 2016년 12월 15년의 유예기간이 끝났는데 미국, EU 등 주요국은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다. 중국은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미국과 EU는 국영기업을 앞세워 시장을 독점하고 불법보조금으로 경쟁을 왜곡하는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문제는 한국으로 귀착된다. 한국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일찌감치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했다. 교역 규모 1000억달러를 넘는 국가로서는 최초의 결정이었다. 한국이 누리던 대중(對中) 무역수지 흑자, 중국시장 선점,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런 결정에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개혁·개방하리라는 기대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그 파장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은 2014년 중국과 상품 중심의 FTA를 타결하고 발효시켰다. 지난해 말부터는 서비스·투자 분야의 2단계 FTA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발 중국 봉쇄령의 사이렌이 요란한 상황에서 한국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이 쉽게 호전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숨통을 터준 통상마저 그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 [기고] 한미 FTA 재협상 이익균형 이뤄졌을까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출처 : 동아일보 (2018. 9. 1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결과가 발표됐다. 정부는 자동차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이익균형을 이룬 협상이라고 자평한다. 관변 전문가들도 언론에 나와 그렇게 평론한다. 하지만 무슨 이익균형이 이뤄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국적 투자 기업의 무분별한 ISD 제소가 최대 문제인데 배상금액의 상한선과 패소자 비용 부담 원칙, 사전 심사제도 등 제소 남용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 한국은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FTA 합동위원회에서 제소 남용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선언적 합의만 존재한다. 합동위원회는 한쪽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결의할 수 없다.
     

    모든 투자 관련 사안에서 국내 사법제도를 건너뛰어 국제 중재로 직접 제기하는 것도 문제다. 재협상에서 최소한 ‘투자계약’ 사안에 대해서는 국내 소송을 먼저 거친 뒤 중재로 이행하도록 변경할 수 있었다. 그래야 원래 국내법적 사안에 대한 최소한의 사법주권을 보호하고 단심으로 이뤄지는 국제 중재 판정의 오류 가능성도 줄이게 된다. 개정 문안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투자자에게 ‘커다란 손해’가 가해지면 간접수용으로 ISD 제소가 가능한 것도 문제다. 투자자를 괴롭히려는 의도로 취하는 일련의 정부 규제 조치가 원래 간접수용의 개념인데도 한미 FTA는 손해 발생이라는 결과지향적인 정의로 탈바꿈했다.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 상황인지도 고려하지 않고 정부 정책의 의도도 중요하지 않다. 미국 론스타의 제소와 이란 다야니 가문의 제소 모두 외환위기라는 비상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기업 인수 관련 규제가 아닌가. 이 점에 대해서는 재협상에서 손도 못 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복 제소 금지를 성과로 내세운다. 동일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다른 투자협정을 통해 ISD 절차가 진행될 때 한미 FTA를 통한 ISD 진행은 불가능해졌단다. 그래서 한국-벨기에의 투자협정으로 한국 정부를 제소한 론스타가 다시 한미 FTA를 근거로 제소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법률가들이 놓은 함정에 빠졌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말이다. 개정의정서 4항을 해석하면 다른 협정에 의거해 ‘현재 개시되어 있거나 계류 중에 있는’ 동일 사안에 대해 동시 제소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 진행만 불가능하지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협정에 의한 소송을 마친 뒤 순차적으로 한미 FTA로 제소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2021년 철폐될 예정이었던 화물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추가로 20년 연장돼 앞으로 24년 동안 화물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정책인 글로벌 신약에 대한 약가 제도도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정부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에 부여하는 약가 우대 정책은 종언을 고해야 한다. 한마디로 미국의 최대 목표인 자동차 비관세장벽, 화물자동차 관세, 신약 약가 부문 등을 모두 내준 셈이다. 도대체 무슨 이익균형이 이뤄졌단 말인가  

  • [기고] 트럼프의 통상압박 한국의 대응은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18. 7. 4)


    북핵, 사드, 동맹관리, 통상 등 한미 간 굵직한 현안을 안고 예측 불가능한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마주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압감은 예상을 넘어선 환대로 크게 덜어졌다.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며 백악관 사적 공간까지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신 협상의 달인답게 여러 요구사항을 늘어놓았다.

    조율된 공동성명과 별도로 대북 제재 압박을 강조하고, 방위비 분담 증액, 무역적자 시정을 요구하였다. 이 중 문 대통령이 받아 온 가장 큰 숙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무역 문제 즉, 불공정 협정(rough deal)이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포함한 통상압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 실패로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노동자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을 정치 쟁점화하는 데 성공해 이들의 지지를 획득하고 대이변을 이끌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워싱턴은 번영을 누렸지만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공장은 감소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제품을 구입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도록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였다.

    따라서 트럼프 통상정책은 단순히 자국 기업의 무역과 투자 환경을 지원하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미시적 수준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확보, 노동자와 중산층의 회생,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란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거시 전략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정책을 자신의 정치적 생명선으로서 다루고 있으며, 지난 3월 31일 미국의 심각한 무역적자 실태와 원인, 처방을 담은 보고서를 90일 이내 제출하라는 행정명령에 이어 4월 29일 한미 FTA를 포함한 기존 무역협정의 위반, 남용(abuse) 사례를 보고하라는 명령 등 이미 4개의 통상 관련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가 단순히 국내 정치적 수사 차원의 돌발 발언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은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시작하였으며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탈퇴 이후 대안으로 일본과 양자 FTA를 위한 물밑 협상에 나서고 있어서 당장 한미 FTA 재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협상을 위한 협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본격적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첫째, 미국의 공정무역 공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조만간 행정명령에 따른 무역적자 실태 보고서에 근거하여 한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 유정용 강관 덤핑 등 향후 제기될 분쟁에 대해 한국은 정밀한 시장 검증과 정교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는 한편 기본적으로 한미 FTA의 충실한 이행을 견지하겠다는 자세로 공정무역 공세를 넘어야 한다.

    둘째, 미국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본격적으로 들고나올 경우 한국은 전반적 재협상이 아닌 부분협상으로 프레이밍(framing)하여 대응해 가야 한다. 한미 FTA 실시 5년간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은 협정 자체에 기인하기보다는 그간 양국의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환경 변화에 따른 협정의 갱신(update)과 개선(upgrade)을 통해 양국 간 무역이익의 축소균형이 아닌 확대균형을 지향하는 전향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문재인정부는 `이익의 균형`론을 넘어서 아태지역의 개방적, 자유주의 통상질서 재건을 위해 `반(反)보호주의` 수호라는 원칙론, 명분론을 주도하는 지역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질서가 트럼프 정부가 주창하는 `자유, 공정, 상호적 무역(free, fair, reciprocal)`과 모순되지 않음을 설득하고, 결국 미국이 아태지역 자유주의 경제권에 재편입하도록 지역통상 아키텍처 설계도를 마련해야 한다. 

  • [기고] 미-중 무역갈등 피해 불보듯... 기업-정부 창의적 전략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출처 : 동아일보 (2018. 7. 3)

    1971년 5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소니의 창업주 모리타 아키오를 표지 인물로 선정하면서 ‘일본의 비즈니스 침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커버스토리를 작성했다. 1985년 일본이 대미 수출을 크게 늘리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무차별적인 수입 규제로 맞대응했다. 3년 뒤인 1988년에는 ‘스페셜 301조’란 법을 만들어 일본에 무차별적인 통상압박을 가했다.

    그때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통상법 301조’에 의한 지식재산권 침해 적발 및 800여 품목 관세 부과,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등 관세폭탄을 퍼붓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미국 우선주의’와 ‘공정무역’을 내걸고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1980년대에 미국이 일으켰던 통상분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압박 대상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다.

    미국 처지에서 당시의 일본과 지금의 중국은 많이 다르다. 첫째, 일본은 우방국일 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미국에 빚이 있었지만 중국은 한국전쟁의 적대국이었고 지금도 정치·군사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둘째, 현재의 미중 경제·무역 관계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셋째, 트럼프의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광을 재연하고 싶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중 통상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미중 통상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처지를 ‘고래 싸움에 낀 새우’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이 중국 제품을 겨냥해 강화한 반덤핑·상계관세 절차법이 오히려 한국 기업들을 옥죄고,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대중(對中) 보복이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1980년대에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미국이 일본을 견제하면서 ‘아시아의 호랑이’로 부상하던 한국도 미국발 통상압력의 사정권에 들어갔다. 당시 우리 기업들은 위기에 직면했지만 일본의 기세가 수그러들면서 기사회생했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미중 관계 속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980년대의 미일 관계와 달리 미중 관계는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에서의 헤게모니 경쟁과 미중 무역분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우리 통상환경을 결정지을 것이다. 우리가 미중 분쟁을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수천 년간 중국은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이웃이었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중국은 우리에게 유례없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정치·경제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맹렬한 속도로 추격하는 후발 주자에 머물지 않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했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힘껏 당기는 팽팽한 줄 위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줄타기를 해야만 추락을 면할 운명이다.
     
     

    일단 미국의 중국 인식에 주목해야 한다. 백악관은 중국의 강제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침해를 ‘경제적 공격(economic aggression)’이라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우리 기업과 정부가 한마음으로 창의적이면서도 스마트한 전략을 준비할 때 활로가 열릴 것이다.  

  • [기고] '너 죽고 나살자'는 트럼프 통상정책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 출처 : 한국일보 (2018. 3. 5)
     

    2차 세계대전 후인 1947년 출범한 ‘무역과 관세에 관한 일반 협정’(GATT)과 그 뒤를 이은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 장벽 중 특히 관세를 내리는데 노력을 해왔다. 국경은 낮아졌고 세계화라는 큰 흐름도 생겼다. 그 배경에는 고관세로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타국의 궁핍화를 꾀하면 1939년 경제 대공황에서 보듯 공멸에 이르고 만다는 교훈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선봉에 미국이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세계 무역질서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다자주의는 낭패를 만났고, 지금 WTO는 개점 휴업 상태다. 미국우선주의는 국제 문제를 다루는 데에서 가급적 많은 국가의 참여 아래 함께 가자는 다자주의보다 ‘일방주의’,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국제주의보다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국가주의’, 무역에서는 자유무역보다 ‘보호무역’을 예고했다.
     

    지금 자국 내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정치인 트럼프로서는 자신의 공약과 철학을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이행해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고, 다가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하지만 장사꾼 트럼프의 또 하나의 노림수는 무역 관련 조치를 통해 주요 2개국(G2)으로 등장했지만 경제적 허점을 안고 있는 중국을 길들이고, 크고 개방된 시장을 무기로 미국 위주의 새로운 질서 형성의 길을 닦자는 것인 듯하다.

    그래서 최근 미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기존 무역질서에서 통하던 논리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교역 상대국의 반발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의 흐름으로 볼 때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트럼프 통상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트럼프 통상 정책은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는 각별한 현안일 수밖에 없다. 양국 간 통상 관계는 지금 긴장되고 해법을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취임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간 동맹의 한 축으로 불리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줄곧 과장되고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을 반복해왔다. 철강 등 우리 수출품에 가장 많은 건수의 반덤핑ㆍ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철강에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25% 관세를 또 매기겠다고 하고, 세탁기와 부품, 태양광 패널은 세이프가드, 자동차는 한미FTA 개정 협상에서 우선적 타깃이 되고 있다.
     

    철강은 미국 내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어차피 수입이 불가피한데도 수입 억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미 자동차 업계 등의 원가 상승, 품질 저하와 소비자 이익 침해까지 우려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당장의 정치적 지지가 더 급해 보인다. 여기에 우리 대통령이 직접 나서 WTO 제소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면서 한미 통상 분야에서 긴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대응 방향은 네 가지 정도다. 첫째, 미국 시장은 크고 개방도도 높고 다양한 소비층을 갖고 있어 외면할 수 없다. 상대의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조치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되 냉정한 자세와 정연한 논리로 순화시키는 노력이 우선이다. 그 방편으로 WTO 등 분쟁 해결책을 택할 때 같은 입장의 국가들과의 공동 제소로 국제 여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둘째, 한미FTA 개정 협상은 미국 측 요구로 열렸지만 어쨌든 협상의 장이 돼 있다. 협상은 주고 받기로 타결될 수밖에 없다. 이걸 소화전으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대미 무역과 투자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미 업계, 상ㆍ하원 의원 등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해야 한다. 넷째, 지금 우리 통상 당국은 한미FTA 개정 협상에 몰입돼 있지만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리한 통상 조치들을 취하면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태평양 연안국들의 자유무역 체제에서 배제될 경우 교역과 투자 분야에서의 상당한 기회 상실은 불 보듯 뻔하다.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 
      

  • [사설] CPTPP 가입 막는 '개방 알레르기' 떨쳐낼 때 됐다


    *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8. 10. 25)
     

    아시아·태평양 11개국 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내년 초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여전히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CPTPP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하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등장으로 탈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하지만 CPTPP가 일본 주도로 되살아난 데 이어, 미국이 재가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중국도 가입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리는 등 다시 국제적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미국이 TPP를 주도할 당시 우리 정부는 “관심이 있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타이밍을 놓친 바 있다. CPTPP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다간 세계 최대 경제블록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이는 다자간자유무역협정에서 소외될 우려가 크다. 통상전문가들은 “CPTPP 회원국들이 세(勢)를 불리고자 하는 지금이야말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CPTPP 가입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사실상 한·일 FTA가 된다”는 부담, 쌀 등 민감품목 양허와 관련한 농민 반발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과의 FTA에 대한 산업계 인식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한때 부품·소재,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컸지만 지금은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품목도 적지 않다. 한·일 기업이 전략적으로 협력할 분야도 많아지고 있다. 농민 반발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농사’가 아니라 ‘농업’을 키우겠다고 하면 오히려 농산물 수출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다자간·양자간 자유무역협정에 직면할 때마다 늘 ‘개방 알레르기’가 발목을 잡아왔다. 일본 문화산업은 물론이고 가전·영화·유통 등의 개방에서 보듯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해외에서 열광하는 한류, 세계 일류로 올라선 가전 등 국내산업이 더 강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게 그렇다. 부품·소재와 자동차, 농업도 그렇게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개방 알레르기 같은 건 이제 떨쳐낼 때가 됐다.

  • [사설] 장기화 조짐 미중 무역전쟁... 비상 대책은 있나


    * 출처 : 중앙일보 (2018. 7. 12)

    기 싸움 정도에서 적당히 그치기를 기대했던 미·중 무역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00억 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총 6031개의 부과 대상 제품에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 관련 품목이 대거 포함됐다. 이로써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제품은 2500억 달러로 확대됐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 절반 규모다.  
         
    문제는 우리 바람과는 달리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내부에서조차 호전적 통상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 무릎 꿇지 않으면 사실상 중국의 대미 수출 전체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를 하고 있다. 중국은 같은 수준의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이 세계 질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패권 다툼 양상이라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세계 무역량의 4%가 줄고, 1~2년 내 세계 GDP의 1.4%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럴 경우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수출의 40%가량을 중국과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미국과의 무역전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책당국의 자세엔 큰 긴장감이 없다. 산업부 장관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고, 통상교섭본부장은 “전쟁인지 갈등 수준인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산업부와 기재부가 오늘과 내일 대책회의를 연다고 하나 실무자 수준에 그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비상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 [사설] 한국 통상외교 실력 확인시켜줄 현안이 쌓이고 있다


    *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8. 6. 28)


    철강업계, 자동차업계에 이어 정유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이란과의 핵협정(JCPOA)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11월부터 이란산(産) 원유 수입국을 제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으로 원유 수입물량 중 이란산 비중이 13.2%에 달해 단기간에 수입처 다변화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전방위로 확산되는 미국발(發) 통상공세에다 ‘이란 돌발변수’까지 불거지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에 더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서명 지연이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은 재협상 기간 중 철강관세(최고 25%) 부과를 들고나와 한국으로부터 철강 수출물량 자율제한을 끌어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이 언제, 어떤 ‘카드’를 FTA 재협상 서명조건으로 제시할지 모를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근심거리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1, 2위 무역 상대국이다. 무역분쟁이 더 격화돼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어느 한쪽에 서라”는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게 뻔하다.

    ‘통상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이 미덥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통상교섭본부는 “범(汎)부처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위기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가 통상 현안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어떤 대책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가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지 않으면 ‘보호무역 파고’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통상당국을 중심으로 외교안보·정무 라인 등을 망라해 선제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국익을 지켜낼 ‘통상외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때다.

  • [사설] 한미 FTA 타결, 발등의 불 껐지만 통상 압박 계속될 것


    * 출처 : 조선일보 (2018. 3. 2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타결됐다. 우리는 철강 관세를 쿼터(수출 물량 제한) 조건부로 면제받았고, 미국은 픽업트럭 관세 철폐 시기 연장을 얻었다. 정부는 "FTA와 철강 관세라는 대미(對美) 통상의 두 가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했다.

    이번 협상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과 벌인 첫 통상 협상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정도라면 발등의 불은 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는 선제적 무역 제재를 통해 미국 기업에 유리한 교역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 쉽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번 협상도 트럼프의 의도대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FTA는 '재앙' '끔찍한 협상'이라고 공격하면서 폐기까지 거론해 협상 고지를 선점했다. 대미(對美) 철강 수출 3위인 한국을 상대로 '쿼터'라는 조건을 관철하면서 유럽연합(EU) 등과의 관세 면제 협상에 선례를 만들어내는 효과도 거뒀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해 8년간 백악관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는 계속 (통상 마찰)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연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대통령인 한 통상 압박은 부단히 계속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통상교섭본부 조직과 인력 확대 방안을 의결했다. 30명 정도 인원을 늘리고 미국의 수입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트럼프 당선 때 발 빠르게 해야 했을 일이다. 그런데 작년 8월 미국이 FTA 개정을 처
    음 요구했을 때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미국의 통상 압력과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근본 대책은 우리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밖에 없다. 산업 구조조정으로 차세대 선도 산업을 육성하고, 노동 개혁과 규제 완화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바뀐 세계에서 선택이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다. 

  • [사설] 새로운 한중 경협 '사드 이전'과는 확 달라져야 한다


    * 출처 : 동아일보 (2017. 11. 14)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경색됐던 한중 상품교역과 문화교류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31일 양국이 발표한 ‘사드 합의’와 이틀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밝힌 양국관계 복원에 이어 경제협력 방안을 조율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열린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동남아 국가와 교통 에너지 등에서 공조하는 ‘미래 공동체 구상’을 제시했다.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협을 재개하는 동시에 신남방정책의 핵심인 아세안과의 교역을 미국과 중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균형외교의 일환이다.

    작년 7월 이후 사드 보복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가 13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마당에 한중 경협이 재개된다면 기업의 불안감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오고 한류가 살아나는 단편적인 호재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사드 갈등 완화로 새로 시작하는 한중 경협 국면에서 정부와 기업의 태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지금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들여와 조립 수출하는 가공무역 단계에서 벗어나 중간재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하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시작한 시진핑 집권 2기는 수출에서 내수 주도로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다. 중국의 내수 시장이 커지는 만큼 우리는 제조업에 치중됐던 수출품목을 서비스 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2년 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당시 올해 말까지 서비스와 투자 부문 후속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만큼 관련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완성형에 근접하고 있는 중국 산업 구조에서 기술력 없는 외국 기업이 생존하기는 어렵다. 이미 중국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순위를 다투는데도 삼성전자의 대중(對中) 매출이 줄지 않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 덕분이다. 정보통신기술 분야뿐 아니라 바이오, 환경에서 기술력을 높여야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판로로 활용할 수 있다. 

    민관은 시장 다변화로 중국 의존도도 줄여 나가야 한다. 과거 중국이 한국에서 반도체 부품을 들여가 완제품으로 조립해 재수출했던 무역구조가 고스란히 동남아로 옮아갔다. 아세안과의 경협 확대는 글로벌 수출시장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협은 당사국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작동한다. 지난 1년 4개월 동안의 사드 보복은 중국의 산업 재편과정에서 더 이상 한국 기업이 필요 없다고 중국 측이 봤기 때문에 나타난 필연적 현상일지 모른다. 아무리 우리가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긴요하다는 이유로 경제문제에서 한수 접어주더라도 중국이 자국의 실질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제2, 제3의 사드 보복은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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