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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과세수 논란
- 주상영 위원 -

2018.09.13

조회수 109

[세상 읽기] 초과세수 논란 / 주상영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출처 : 한겨레 신문 (2018. 9. 13)   원문보기 


초과세수란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예상한 것보다 더 들어온 조세수입을 말한다. 용어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초과세수는 사후적 개념이다. 예상보다 적게 또는 많이 걷힐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과세수가 얼마인지는 사전에 알 수 없고 사후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런데 지난해 새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을 조달할 방안으로 잡은 초과세수만 60조5천억원에 달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미리 초과세수를 상정하여 예산을 짜다니. 

당시에도 초과세수라는 말이 혼란스러웠던지 세수 자연증가분이라는 용어가 새로 등장했다. 그래도 혼란스러웠다. 세수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부터, 액수가 커 보이긴 해도 자연증가분이 그것밖에 안 될까 하는 의문에 이르기까지 해석이 분분했다. 세수 자연증가분은 또 무엇인가. 세율을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아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세금도 자연스럽게 더 걷히니까 자연증가라는 말을 쓴 것이다. 하지만 초과세수라는 말을 쓰든 자연증가분이란 말을 쓰든 60조5천억원의 근거는 아리송했다. 


짐작하건대, 2016년에 경제성장률이 2.8%에 불과했는데도 예산에 대비해서 세금이 10조원 정도 더 들어온데다 2017년에도 세수가 여전히 호조세였기 때문에 전망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더 증가하는 부분이 향후 5년간 총 60조원 정도라고 본 것 같다. 이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박근혜 정부 말기에 기획재정부가 추정했던 세입 전망의 상향조정 수정분에 해당하는 것이지 전체 세수의 자연증가분이 아니다. 실제로 자연증가분은 더 많다. 전망치를 위로 올리는 과정에서 늘어난 부분에 대해 자연증가라는 말을 붙인 것이라면 어이가 없다. 그냥 전망을 수정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핵심적인 부분만 추려서 어림계산을 해보자.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800조원이고 조세부담률이 20%라면 세수는 360조원이다. 조세부담률이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경제의 명목성장률이 5%라면 내년의 세수 자연증가분은 18조원이다. 세수가 성장률만큼 증가한다고 보면 이런 숫자가 나온다.  


우리나라 소득세의 경우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을 조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증가분은 이보다 더 많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성장률을 연 4.5%로 낮추고 누진 효과도 고려하지 않고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해보자. 올해 세수는 360조원이지만 내년부터 이 값은 376조2천억원, 393조1천억원 등으로 올라가는데, 5년 동안 매년 360조원을 초과하는 액수를 모두 합하면 258조원이 된다. 이것이 현시점에서 추정한 향후 5년간의 자연증가분이다. 물론 여기서 경직성 지출을 빼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은 절반이 안 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액수이다.

 
기재부와 같이 예산을 담당하는 부처는 원래 재정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우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재정 낭비를 걱정하는 외부 전문가의 비판적 시각까지 가세하면 세입예산은 늘 보수적으로 잡힌다. 미달보다는 초과가 나으니 안전하게 예측한다. 게다가 나라의 곳간을 걱정하는 애국자의 모양새도 낼 수 있으니 이런 경향은 더 굳어진다. 


문제는 틀리는 정도다. 초과세수가 반복되고 결과적으로 긴축재정이 반복되면 내수가 위축되고 세수도 줄어든다. 경제원론에 나오는 얘기다. 혹시나 재량권 행사를 위해 예산을 비축하려는 관료적 속성과 상투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외치는 보수 논객들의 이해가 만나서 경기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키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아무쪼록 초과세수 논란이 중립적인 세수 전망에 기초하여 재정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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