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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호추출'지표 더욱 악화 빈틈 없는 위험관리 절실
- 성태윤 위원 -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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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신호추출’ 지표 더욱 악화 빈틈없는 위험관리 절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출처 : 매경이코노미 (2018. 8. 27)   원문보기

사람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성(性), 연령이나 가족력, 유전적인 특징 등을 고려해 그 한계를 인식한 뒤 각각의 검진지표를 해석해야 한다. 국가 경제지표도 마찬가지다. 개별 국가 사정, 경제구조에 따라 해석과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

일례로 주요 선진국에서 경기 진단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실업률은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적으로 낮다. 하지만 이에 근거해 우리 노동시장 상황이 양호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실업률은 구직활동을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우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자영업 비중이 높은 데다 여기에서 일하는 가족 종사자가 많아 이들은 계속 취업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 때문에 구조적으로 실업률이 낮다.

더욱이 우리나라 정규직은 특정 취업 시즌에 주로 구직이 이뤄진다. 그때만 구직을 하고 다른 기간에는 취업을 준비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구직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실업 상태라도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 악화로 구직을 단념한 사람이 증가하면 이들은 실업자뿐 아니라 경제활동인구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실업률 계산에 사용되는 모수(母數)인 경제활동인구 숫자를 줄여 오히려 실업률이 개선된 것처럼 만들 수도 있다.

건강 상태를 하나의 검진지표로 진단할 수 없듯 경기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여러 지표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실업률이 경기 상황 진단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선진국도 다른 지표들을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려 노력한다. 이런 지표 중에서는 경제의 구조적 여건을 강조하는 지표가 있는 반면 일시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경기에 선행하거나 때로는 후행한다고 생각되는 지표도 있다. 예를 들면 설비가동률은 일시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반면 생산설비지표는 보다 구조적인 상태를 강조한다.

경제지표는 절대적이지 않다. 여러 지표와의 관계 속에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설비를 얼마나 돌리는지 나타내는 가동률은 일시적인 상황을 보여주지만 지속적으로 가동률이 낮아지면 오랫동안 가동하지 않던 시설이 생산설비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그 결과 오히려 모수가 줄어 가동률이 높아진 것처럼 나타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지표의 관계 속에서 경기 상황을 진단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 신호 가운데 핵심을 뽑아내듯 일종의 ‘신호 추출(signal extraction)’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다양한 지표가 혼재된 신호를 보낼 때 전반적인 방향성과 무관한 변수는 제거하고 경기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성과 관계없이 일부 지표만 뽑아내 처방한다면 정책 타이밍, 방향에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내 경제지표가 혼재됐다. 전반적으로 경기 하강을 우려할 지표가 많았지만 그래도 일부는 경기 개선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여러 지표를 종합할 때 재고 증가로 기업가동률이 낮아지고 생산설비가 축소되는 등 경기 하강 신호는 상당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노동 비용을 급격히 올려 신규 채용이 억제됐고 대출금리 상승, 자본시장 여건 악화로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졌다. 대외 통상 여건 악화로 기업 수익성 개선까지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신호 추출’ 개념이 무색하게 외환위기 이후 상황과 유사할 정도로 대부분 지표가 일제히 나빠지고 있다.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는 위기관리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최우선적으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핵심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투자 관리, 비용 최소화 등 빈틈없는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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