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포용적 성장

20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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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념) 많은 사람에게 성장의 결과가 배분되고, 두루 혜택을 누리는 성장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있다.

 

※ 참고 : OECD가 제시하는 포용적 성장을 위한 10대 정책과제

 

1.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교육기회의 형평성 제고

2. 높은 청년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단기적 직업교육․훈련 확대 및 개선

3.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허가․면허제도 개선 및 절차의 간소화

4. 전문서비스 직종에 대한 진입장벽 감소

5. 생산성 제고, 노동 이동성 확대를 위해 교통․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인프라 병목 현상 완화

6. 산학 R&D 협력 강화 및 기술보급을 통한 기업 간 생산성 격차 감소

7. 세입 증대와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성장친화적인 조세제도 구축, 조세지출 축소

8. 보육시스템의 양적․질적 향상을 통한 양성평등 제고

9. 저숙련 근로자 및 청년의 노동시장 접근도 향상을 위한 조세정책

10. 장기실업률 및 청년실업률 감소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재정지출의 확대 및 효율성 제고

  • [시평] 포용적 성장 제대로 해 보자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출처 : 중앙일보 (2018. 8. 2)
     

    2006년 인도 정부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경제개발의 목표로 공식 발표했다. 당시 경제성장률은 8%가 넘었으나 성장의 과실을 모든 계층이 함께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4년 중국은 ‘화해(和諧) 사회(harmonious society)’를 발전 목표로 제시했다. 덩샤오핑의 개혁 이후 고도성장을 했지만 지역 간, 도시·농촌 간, 계층 간 격차가 커졌고 국민 통합이 중요했다.
     
    경제 성장과 평등한 분배는 어느 국가에서나 중요한 정책 목표다. 이 둘 간의 관계를 분석한 사이먼 쿠즈네츠는 경제성장의 초기 단계에는 소득불평등이 늘어나지만 이후 감소한다는 논문을 1955년에 발표했다.

    세계은행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신흥국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쿠즈네츠의 예측과 달리 ‘평등과 함께하는 성장(growth with equity)’을 이룬 원인을 분석한 『동아시아의 기적』을 1993년 발간했다. 8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점점 심해졌다. 전체 소득에서 노동자의 몫이 계속 줄었다. 국제무역, 기술발전, 경제·정치·교육 제도가 성장과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많이 나왔다.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 필자가 근무했던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08년에 아시아의 발전을 위한 목표와 전략을 담은 『전략(Strategy) 2020』보고서를 만들었다. 포용적 성장을 지속 가능한 환경, 역내 경제 통합과 함께 3대 중점 과제로 정했다. 수십 번의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예산을 정하고 성과의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국제기구들은 사회간접자본 투자, 교육·훈련, 보육 지원, 금융, 공공거버넌스 개선, 반부패, 생산적 복지와 같이 성장과 분배에 함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마다 성장률과 소득 불평등 정도, 재정 여력과 개방도 등 현실 여건에 차이가 있어 정책의 효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이단(異端)의 경제정책을 1년 넘게 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투자가 위축되고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둔화됐다. 소득 분배도 아직 특별한 개선이 없었다. 이제부터 포용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은 소득주도 성장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라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을 내놓아 정책 방향이 혼란스럽다. “포용적 성장은 신자유주의의 ‘배타적 성장’과 대비되는 개념”이라는 극단의 견해가 나오고 포용적 성장을 위해 소득 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포용적 성장으로 이름만 바꿔 소득 주도 성장의 잘못된 정책을 계속하고 선심성 복지를 확대하는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다. 소득 재분배와 복지 확대가 필요하지만 과하면 자본 축적과 기술발전을 저해하고 근로의욕을 감소시켜 경제 성장을 해롭게 한다.

    성장을 하지 못하면 포용적 성장을 할 수 없다. 주방장의 실력이 없어 음식 맛이 없고 메뉴도 그저 그런 음식점이 간판만 바꾸고 공짜서비스를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제대로 맛있는 요리를 해 손님이 늘도록 개선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경제 불평등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면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집권 2년 차 정부가 포용적 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정책의 틀을 내세웠으니 과거의 정책들을 재검토해 버릴 것은 버리고 부작용이 적고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며, 경제 부처별로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내고 평가를 받을지 결정해야 한다.  
         
    지금 한국이 당면한 현실은 인도, 중국이나 다른 선진국들과는 많이 다르다. 저출산·고령화, 주력 수출산업의 쇠퇴, 영세 중소기업·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청년 실업 등의 구조적 어려움이 겹쳤고 보호무역주의, 미·중 간 갈등 심화,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대외 불확실성도 높다. 성장과 분배를 함께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무조건 좌회전하며 과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같아 많은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불안감을 줬다. 이제는 좀 더 안정적인 속도로 달리면서 도로를 잘 보고 방향을 좌로 우로 적절히 바꿔 새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  

  • [칼럼] 포용적 성장정책, 정교함이 생명이다


    현정택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18. 2. 6)


    지난주 소득불평등과 해법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 다녀왔는데, 불평등도가 높은 멕시코·인도, 비교적 상태가 나은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참석하였다. 경제의 혜택을 고르게 하는 문제는 학자와 정책담당자들의 오랜 숙제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이를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시킨 것은 제조업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지위 회복을 선거전략 및 정책의 중심으로 삼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상위 1%에 속하는 부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약자의 편임을 강조하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약자를 보듬고 경제활동의 기회와 혜택을 균형 있게 해야 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명제이다.

    낙오자가 늘어나면 경제 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사회 전체적인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불평등이 높고 이로 인해 장래 기회에 대한 상실감이 커지면 정치사회적인 안정도 유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가 표방한 포용적 성장정책의 방향은 옳으며 이는 세계 여러 나라와 IMF 등 국제기구가 추구하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관건은 그 정책의 내용인데 이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금융은 종사자들의 봉급 수준이 높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수익의 기회를 주는 불평등을 높이는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금융시스템을 잘 작동시키면 사금융에 의존하던 많은 사람을 흡수함으로써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며, 특히 최근 인터넷을 활용한 금융수단들은 이러한 금융 보편화 효과가 크다는 것이 중국의 경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국내 현상도 과열의 문제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층들이 기존 시스템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회를 가상화폐에서 찾고자 했던 동기가 있음을 정책담당자가 인식해야만 한다.


    포용적 성장정책의 정교함을 높이는 방법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책의 큰 틀을 정치가 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대한 효과를 거두도록 실행 가능한 대책을 만드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 돼야 한다.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방향이 맞는다 하더라도 세부 내용은 최저임금위원회 등 전문가가 면밀히 검토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전문가에는 물론 학자나 정책 수립 담당자들이 포함되지만 정책 집행을 맡는 사람들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회와 중앙정부에서 정해져 시달된 많은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이 지방의 집행 과정에서 부진하거나 때로는 중복의 비효율성과 누수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사실 집행의 잘못보다 원래 결정 과정에서 현장 경험이나 의견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용적 성장정책이 커버해야 할 분야는 광범위하다. 이번에 참가했던 회의의 토픽도 임금과 노동시장, 세대 간 형평성, 도시와 농촌의 격차, 여성 사회활동의 제약, 교육, 부동산, 금융 및 대외 개방과 분배 등 다양하였는데 이들은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임금 수준의 격차를 줄이려면 교육 기회를 고루 확대해야 하고 이는 재산이나 학자금 융자와 같은 금융시스템과도 물려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외국어고, 자사고 폐지 논의가 서울 강남 학군에 대한 부동산 수요를 증가시켜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든 것도 정책의 상호 연계성과 파급 효과를 잘 보여준 사례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정책 간의 조율을 원활히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이를 위해 소수의 장관에게 포괄적 임무를 맡기고 장관 밑에 다시 필요한 부문의 장관을 두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행정조직 개편을 마친 우리로서는 구성원 간의 협조를 강화함으로써 상응하는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 부처 간 인적 교류, 특히 경제부처와 사회부처 상호 간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경제부총리의 대통령보고를 정례화하기로 한 결정은 정치가 아닌 전문 관료의 역할을 넓히고 정부 내 조율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포용적 성장정책의 정교함을 늘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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